▶ 재정 수입 확보·자국 산업 보호
▶ 수입업자 통해 실제부담=소비자
▶ 비내구재는 빠르게 가격 상승
▶ 내구재는 수개월 뒤 영향 시작

지난 7일부터 트럼프 정부의 상호 관세가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품목에 따라 시차를 두고 소비자 가격이 점진적으로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대대적인 관세 조치가 지난 7일 자정부터 본격 시행됐다. 이에 따라 수십 개국에서 수입되는 각종 물품에 대해 높은 수입세가 부과되기 시작했다.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무역 질서를 재편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미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국인 캐나다, 중국, 멕시코와의 협상은 아직 완전히 타결되지 않았다. 특히 일부 캐나다산 수입품에는 지난 8월 초부터 35%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 관세율 대공황 이후 최고이번 관세는 지난 4월 발표된 이후 여러 차례 변경됐다. 외국 정상들이 예외를 얻기 위해 협상에 나서면서 세율이 조정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한 인도에 대해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반도체를 미국 내에서 생산하지 않을 경우 수입 반도체에 대해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러한 조치는 수개월간 미국 내에서 자동차, 냉장고, 농산물 등 해외 수입에 의존하던 소비재의 가격 인상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예일대 ‘버짓랩’(Budget Lab)에 따르면, 현재 미국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평균 관세율은 1930년대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 시행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 관세 작동 원리와 목적은?관세는 일종의 ‘판매세’로 특정 상품이 국경을 넘을 때 수입자에게 부과되는 세금이다. 수입자는 보통 미국 내 도매업자나 제조업체다. 로렌스 크리스티아노 노스웨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에서 어떤 사람이 멕시코산 상품을 1달러에 수입하고, 관세율이 25%라면, 그는 멕시코 업체에 1달러를 지급하고, 추가로 미국 정부에 25센트를 납부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관세를 부과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정부의 재정 수입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 있다. 앞의 예처럼, 1달러어치의 멕시코산 제품에 대해 부과된 25센트는 곧 정부 수입이 된다. 관세의 또 다른 목적은 자국 산업 보호와 국내 생산 유도다. 관세를 피하고자 해외 수입을 줄이고, 동일한 상품을 국내에서 조달하려는 움직임이 생길 수 있다.
■ 트럼프, 외교 협상 수단에 활용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 시행을 앞두고 국가 재정 수입 확보와 자국 산업 보호라는 두 가지 목적을 강조했다. 하지만 관세를 외교적 협상 수단으로 활용해온 정황도 여러 곳에서 보인다.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콜롬비아에 대해 제재와 관세를 경고한 직후, 콜롬비아 정부가 미국의 강제 송환 비행을 수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2월에는 백악관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를 일시 중단했다. 이는 두 나라 정상이 미국 국경에 병력을 증파하고, 펜타닐 문제 대응을 위한 책임자를 임명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조치였다. 최근에는 캄보디아와 태국이 휴전에 실패할 경우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열은 브라질에 대해 50%의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는 자신의 정치적 동지였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을 이유로 들었다.
■ 관세 수입, 어디로 가나?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수입 관세로 걷히는 자금은 연방 재무부가 관리하는 ‘일반 기금’(General Fund)으로 들어간다. 이는 일종의 국가 운영 자금 계좌로, 미국의 정부 지출 대부분이 이 계정에서 집행된다.
이 기금은 국가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최근 통과된 감세 법안으로 인해, 앞으로 10년간 연방 부채는 최소 3조 4,000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의회예산처(CBO)는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수입을 활용해 국민에게 ‘현금 환급’(Rebate)을 지급하자는 아이디어를 공개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조치는 의회의 승인 없이는 시행될 수 없다. 실제로 많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지출 확대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국가 부채 감축”이라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 관세, 실제로 누가 부담하나?단기적으로는 수입업자(미국 내 기업 등)가 관세를 부담한다. 해외 수출업체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인하할 수는 있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듀크대 경제학과 펠릭스 틴텔노트 교수는 “2018~2019년 미·중 무역 분쟁 당시, 중국 수출업체의 가격이 충분히 하락하지 않아 미국 수입업자의 추가 비용을 상쇄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곧 장기적으로 관세 부담이 유통망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의미다. 일부 기업들은 관세 부담을 자체 흡수해 왔지만, 최근 들어 프록터앤갬블, 나이키 등 주요 기업들이 소비자 가격 인상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관세는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한다. 보복 관세가 대표적이다. 중국, 인도, ‘유럽연합’(EU) 등은 미국 제품에 대해 맞대응 관세를 예고하거나 이미 부과 중이다. 외교 관계 악화, 국경을 넘는 공급망 붕괴도 우려된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간에는 ‘자유무역협정’(USMCA)이 체결돼 있음에도, 일부 산업은 여전히 관세 영향을 받고 있다.
■ 가격 인상, 언제부터 체감되나?전문가들은 품목에 따라 시차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듀크대 경제학과 펠릭스 틴텔노트 교수는 “멕시코산 과일과 채소 같은 비내구재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가격 상승이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반면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같은 내구재는 일정 시간이 걸릴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내구재 수입업체들이 관세에 대비해 사전에 재고를 비축해 놓았기 때문이다. 틴텔노트 교수는 “2018년 세탁기에 대한 관세가 인상됐을 당시, 매장 가격이 오르기까지 약 두 달이 걸렸다”라며 “단기적으로는 재고를 활용해 가격 인상을 늦출 수 있지만,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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