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율 맞춰 공급망 재설계
▶ 앨라배마서 싼타페 생산 늘리고, 아이오닉6 등 전기차 국내서 조달
▶ 멕시코 공장은 남미 공략 거점화
▶ 내수용 하이브리드 모델 전면에
▶ 현대위아, 멕시코서 생산한 엔진 미 수출 대신 기아 현지공장 납품
현대자동차가 최대 판매 시장인 미국에서 GV70 전동화 모델 생산을 중단한 것은 현지 판매 위축과 관세 부과로 급변한 시장 환경 등에 대응하기 위한 복합적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GV70 전동화 모델은 2023년 2월 미국 앨라배마 공장(HMMA)에서 생산되기 시작한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현대차(제네시스 포함) 브랜드를 통틀어 ‘메이드 인 USA’ 1호 전기차여서 상징적인 의미가 적지 않았다. 이 차량을 포함해 친환경차의 미국 생산을 위해 현대차가 HMMA에 쏟아부은 자금만 40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GV70 전동화 모델의 미국 판매량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올 들어 7월까지 HMMA에서 출고된 GV70 전동화 모델(미국 내수용 기준)은 136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674대)보다 18.3% 감소했다.
특히 3월 출고 물량은 93대에 그쳐 2023년 6월(87대) 이후 처음 두 자릿수로 주저앉았다. 6월부터는 추가 생산 없이 재고 물량으로만 현지 수요에 대응하고 있지만 지난달 15대 출고로 역대 최저치를 찍으며 반등 기회를 찾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정부가 다음 달 30일 미국산 전기차에 제공하던 세액공제 혜택을 당초 일정(2032년)보다 7년이나 앞당겨 폐지하기로 하면서 사업 전략 수정은 불가피해졌다. 미국 측의 정책 변화로 GV70 전동화 모델을 비롯한 전기차 수요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공장에서 조립한 전기차에 한해 지급한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구매 보조금 혜택이 사라지는 탓에 현지 생산의 이점도 크게 반감됐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미국에서 가파른 판매 성장을 이어가는 고수익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늘리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앨라배마 공장은 기존에 GV70 전동화 모델을 생산하던 조립 라인에서 하이브리드차까지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가동을 멈춘 GV70 전동화 모델 생산라인에서 싼타페 하이브리드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앨라배마 공장의 싼타페 하이브리드 출고 물량은 올 1월 2325대에서 지난달 6888대로 3배 가까이 급증했는데 현지 고객들에게 물량을 적기 공급하려면 추가적인 생산라인 구축이 뒤따라하는 형국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미국 정부의 고관세 정책과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등 위기 속에서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한 핵심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올 2분기 1조 6000억 원의 관세 비용을 부담하는 악조건에서도 역대 최대 수준의 하이브리드차 판매로 상반기 13조 86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 가운데 도요타그룹(21조 4876억 원)에 이어 2번째로 반기 기준으로 독일 폭스바겐그룹(10조 8600억 원)을 처음 앞섰다. 현대차·기아 합산 영업이익률은 8.7%로 폭스바겐그룹(4.2%)의 2배를 웃돌았다.
현대차는 미국 판매용 GV70 전동화 모델 생산라인을 조지아주 신공장으로 옮기거나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등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내부 검토를 벌이고 있다. 올 3월 준공된 조지아주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는 상반기 가동률이 72.6%에 그쳐 현재 생산 중인 아이오닉5·9에 더해 신규 모델의 추가 투입이 시급하다. 현지 생산으로 미국 정부의 15% 관세도 피할 수 있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안도 현대차는 진지하게 들여다 보고 있다. GV70 전동화 모델의 저조한 판매 실적을 고려할 때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신규 생산라인을 세우기 보다 한국에서 수출하는 것이 낫다는 분석이 깔려 있다. 현대차는 같은 이유로 이르면 연말쯤 미국 시장에 선보일 아이오닉6 부분변경 모델과 고성능 아이오닉6N을 국내 생산 후 수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기도 했다.
현대차는 미 앨라배마 공장에서 ‘베스트셀링카’인 준중형 SUV 투싼 생산 물량을 확대해 나간다. 미국 정부의 고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던 투싼 전체 물량을 앨라배마에서 맡기로 한 것이다. 미 정부는 멕시코산 자동차를 포함한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투싼은 지난 달 미국에서 1만 6406대나 팔린 인기 모델로 멕시코에서 물량을 조달할 경우 막대한 관세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투싼 위탁생산 물량이 빠진 기아 멕시코 공장을 중남미 시장을 공략할 생산 거점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멕시코 내수 시장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을 전면에 내세우기로 했다. 부품 계열사인 현대위아 역시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계획에 발맞춰 내년 초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하이브리드용 1.6ℓ 감마 엔진 물량을 모두 기아 현지 공장에 공급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미국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폐지, 고관세 부과 등에 대응해 글로벌 생산망 조정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며 “인기 모델 중심으로 미국 생산을 늘리면 관세 부과에 따른 가격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하면서 수익성을 높여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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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노해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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