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LA 한인타운에서 발생한 79세 한인 남성의 동거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은 한인사회에 깊은 충격을 안겼다. 74세의 피해 여성은 폭력을 피해 거리로 도망쳤지만 끝내 동거남의 총격으로 숨졌고, 그녀를 돕던 행인마저 부상을 입었다. 사건 다음날 가해자는 인근 주차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비극이 아니라, 미주 한인사회가 직면한 가정불화와 가정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건이 특정 세대나 한두 가정의 불행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수년간 남가주 한인사회에서는 부부 갈등,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이 극단적 폭력과 살인·자살로 이어지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고령층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심각하게 표출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가정불화와 폭력은 한인사회의 전 세대를 위협하는 공동의 과제임을 확인시켰다.
전문가들은 한인 커뮤니티의 정신건강 지원 인프라 부족을 지적한다. 한국어로 상담받을 수 있는 전문 인력과 기관이 턱없이 부족하고, 짧은 치료 기간과 제한된 서비스 접근성은 위기 상황에서 사실상 방치에 가깝다. 특히 분노 조절 장애나 우울증 환자들이 적절한 개입 없이 폭력적 충동을 키워가는 현실은 위험천만하다.
이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만 남겨둘 수 없다. 첫째, 커뮤니티 차원의 ‘조기 경보 체계’가 필요하다. 가족이나 이웃이 위험 신호를 감지했을 때 쉽게 상담받고 대응 방안을 안내받을 수 있는 핫라인과 지원망을 마련해야 한다. 또 한인 단체와 교회, 비영리 기관들이 운영하고 있는 가정폭력 예방 교육, 정신건강 세미나, 법적·심리적 지원 프로그램들을 더욱 강화하고 널리 알리도록 해야 한다.
가정은 사랑과 돌봄의 공간이어야지 폭력과 죽음의 무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민사회의 특수한 고립감과 압박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가정불화와 폭력 문제는 곧 한인사회의 안전과 존엄의 문제다. 이번 비극을 계기로, 한인사회가 무관심에서 벗어나 공동체적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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