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거인멸 우려” 바로 신병확보 시도…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 조사서 “권성동에 세뱃돈 줬다”…통일교 “종교 지도자 부당한 탄압”

(서울=연합뉴스)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17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김건희 여사의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세 번의 소환 불응 만에 자진 출석하고 있다. 한 총재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구속기소)와 공모해 2022년 1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4∼7월에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2025.9.17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18일(한국시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통일교 전 비서실장 정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 총재의 경우 전날 9시간 반 가량 소환조사한 뒤 하루 만에 이뤄진 전격적인 신병 확보 시도다.
박상진 특검보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오늘 오전 통일교 한학자 총재 및 정모 전 총재 비서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22일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업무상 횡령 등 크게 네 가지다.
특검팀 관계자는 "저간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증거인멸 우려가 상당히 크다고 판단했다"고 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한 총재가 특검의 거듭된 출석요구에 불응하다 공범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구속된 후에야 자진 출석하는 등 수사에 협조할 의지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총재가 구속 기로에 놓인 것은 2012년 9월 단독으로 총재직에 오른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한 총재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 씨와 공모해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돈의 일부가 결국 윤 전 대통령에게 흘러간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통일교 측이 1억원을 일반 현금 5천만원과 관봉권 5천만원으로 나눠 각각 상자에 담아 권 의원에게 전달했는데, 관봉권이 든 상자 포장지에 '王'자가 새겨진 사실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총재는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받는다.
김 여사에게 건넬 목걸이와 가방 등을 교단 자금으로 구매한 혐의(업무상 횡령), 2022년 10월 자신의 원정 도박 의혹에 관한 경찰 수사에 대비해 윤씨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있다.
먼저 재판에 넘겨진 윤씨의 공소장에는 통일교 측이 한 총재의 뜻에 따라 국가가 운영돼야 한다는 '정교일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접근해 각종 현안을 청탁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윤씨의 청탁과 금품 전달 행위 뒤에 한 총재의 승인이 있었다는 내용도 적시됐다.
한 총재는 전날 조사에서 대체로 혐의를 부인하면서 "나는 독생녀(하나님의 유일한 직계 혈통의 딸)"라며 통일교 교리를 설파하는 데 적잖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에게 샤넬백 등을 건넨 혐의에 대해선 "샤넬 백 자체가 무엇인지 모르고 준 적도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이 한 총재 신병을 확보할 경우 '통일교 집단 입당' 의혹 등에 대한 추가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 총재가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권 의원을 당 대표로 밀기 위해 통일교인들을 대거 입당시키라고 윤씨에게 지시했다는 내용으로, 구속영장에 관련 혐의는 적시되지 않았다.
한 총재가 2022년 2∼3월 자신을 찾아온 권 의원에게 금품이 든 쇼핑백을 건넸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한 총재는 전날 조사에서 권 의원에게 쇼핑백을 전달하고 '세뱃돈'을 주긴 했으나 거액의 정치자금을 준 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 측은 청탁과 금품 제공 행위가 윤씨 개인의 일탈일 뿐 교단 차원의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특검팀은 한 총재에게 지난 8일, 11일, 15일 출석을 요구했으나 그는 심장 관련 시술 등을 이유로 모두 불출석하며 17일 또는 18일 자진 출석하겠다고 전했다.
이후 특검팀이 체포영장 청구 가능성을 시사하자 전날 임의 출석해 9시간반가량 조사받았다.
통일교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특검의 이번 조치는 국제적 종교 지도자에 대한 부당한 탄압"이라며 "한 총재에 대한 무리한 강제적 절차가 아닌 인도적 배려와 합리적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규탄했다.
통일교는 한 총재가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진 출석해 조사받았음에도 특검이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여론과 실적을 의식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또 "한 총재의 청탁 지시 혐의의 유일한 증거는 윤씨의 진술인데, 그는 전날(17일) 자신의 재판에서 한 총재의 지시 사실을 인정조차 하지 않았다"며 "명확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종교 지도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마저 저버린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날 한 총재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씨는 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인 천무원 부원장이자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비서실장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정씨는 한 총재의 대부분 혐의에서 공범으로 적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지난달 8일과 20일 각각 특검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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