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연방 보건부 장관과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임신 중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자폐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은 “죽을 힘을 다해 먹지 말라”는 표현까지 반복하며 경고했다. 그러자 세계보건기구(WHO)와 여러 나라 보건 당국이 이는 과학적 검증이 부족한 가설에 불과하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증 간의 연관성은 일부 역학 연구에서 제기된 바 있으나, 이는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최근 스웨덴 아동 250만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그러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타이레놀 복용 자체가 아니라 발열이나 염증 등 기저 질환이 위험 요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즉, 대통령과 보건장관이 주장하는 ‘타이레놀=자폐’라는 단순 공식은 과학적 타당성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 권력자가 이런 주장을 반복적으로 발신할 경우 사회적 파장은 심각하다. 임신부들은 불필요한 불안에 휩싸이고, 발열이나 통증을 치료하지 못해 오히려 태아 건강에 해를 끼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미산부인과학회는 이번 발언이 임신부들에게 “혼란스럽고 해로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사회는 이미 케네디 주니어 장관의 백신 회의론으로 타격을 입었다. 백신의 효과로 인해 이미 정복된 질환으로 여겨졌던 홍역이 텍사스주 등 상당수 지역에서 확산된 것이 그 결과다. 이번 타이레놀 논란이 그 연장선에서 또 다른 불신과 분열을 야기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 과학적 근거를 무시한 단순화된 주장은 결국 대중의 건강을 위협한다.
국민들은 의학적 조언을 정치인의 직관이나 개인적 의견이 아니라 검증된 연구와 전문가 합의에 근거해 받아야 한다. 근거 없는 공포 조장은 곧 국민 건강의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백신 음모론’과 이번 ‘타이레놀 논란’이 크게 우려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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