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삼국시대 위나라 조조와 촉나라 유비가 치열하게 다툴 때다. 조조는 촉나라 북쪽으로 연결되는 산시성 남쪽 농(隴) 땅까지 쳐들어가 그 일대를 수중에 넣었다.
그러자 조조 수하의 사마의가 권유했다.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촉(蜀)의 본거지를 빼앗을 수 있다’고. 조조가 만류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인간이 만족하기란 쉽지 않아. 이미 농까지 얻었으니 촉까지 바랄 것이야 없지(得隴望蜀).”
‘삼국지’의 고사에서 유래한 득롱망촉(得隴望蜀)은 ‘농을 얻고서 촉까지 취하려 한다’는 뜻으로, 만족을 모르고 욕심을 부리는 것을 이른다.
‘키이우를 집어 삼키려다가 블라디보스토크를 잃을지도 모른다.’ 요즘 푸틴을 두고 나도는 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째 접어들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러시아의 허약성이다.
미국에 버금가는 군사 강국인 줄 알았다. 크렘린도 그렇게 자부했고 미국, 중국 등 다른 열강들도 마찬가지 판단이었다. 상황은 정반대로 전개됐다. 이제 러시아는 ’2류 급 파워‘로 세계열강 클럽에서 퇴출되어야 한다는 판정까지 받고 있다.
열강이 패권을 다투는 국제 정치의 현실은 아주 냉혹하다. 조금만 힘이 빠지거나 틈을 보이면 쉽게 공격대상이 된다. ‘정글의 세계’와 아주 흡사하다.
1939년 몽골-만주 국경지역에서 소련군과 일본군 사이에 발생한 전투가 그 한 예다. 일본제국은 러시아를 약체로 판단했다. 그 연장에서 일본관동군이 러시아군의 전투능력 테스트에 나섰다.
처음에는 소규모 충돌을 벌이다가 대규모 전투로 확대됐다. 결국 소련의 압도적인 기갑 전력공격에 일본군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철수했다. 러시아는 결코 약체가 아니었던 것이다.
할힌골 전투(일본에서는 노몬한 전투)로 불리는 이 전투는 일본군 진로에 중요 계기가 된다. 일본은 북진을 멈추고 남방으로 전력을 전환,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다가 패망하기에 이른다.
오늘날은 정반대의 상황이다. 사실상 2류 급의 파워였다. 그런데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는 더 허약해졌다.
이 정황에서 크렘린 입장에서 악몽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 단초는 최근 중국이 제작한 극동지역 지도에서 찾아지고 있다.
그 지도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중국식 이름인 하이선와이로 표기했다. 블라디보스토크뿐만이 아니다. 과거 아편전쟁 패배이후 청 왕조가 러시아에 양도해 현재 러시아령이 된 극동의 주요지역 8곳 이상의 이름을 중국식 이름으로 바꾸어 표기한 것이다.
무엇을 말하나. 실지회복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더 나아가 ‘어떤 특정 시나리오를 위해 증강시킨 군사력이지만 다른 목적에 사용할 수 있다‘는 암시도 숨어 있다는 거다.
다른 말이 아니다. 대만합병 시나리오를 위해 대대적 군사력 증강에 매달려 왔다. 베이징은 그 현대화된 막강한 전력을 대만이 아닌 극동과 시베리아로 진격시킬 수도 있다는 거다.
대만 공격은 미국의 개입을 불러와 자칫, 중국의 패배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니 더 더욱….
그러니까 허약해진 러시아를 타깃으로 중국이 뒤통수를 때리듯 공격을 가하는 21세기 판 할힌골 전투가 재현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한낱 몽상가의 시나리오가 아니다. 2023년 봄 무렵 프랑스의 언론이 제시한 가능성이다. 그리고 러시아 정보계, 더 나가 엘리트계층도 이 같은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다. ‘키이우를 집어 삼키려다가 블라디보스토크를 잃을지도 모른다.’ 괜한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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