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민, 26년만에 연정상대 교체…개헌·방위력 강화·외국인 규제 ‘속도’
▶ 유신회 대표, ‘소녀상 전시 반대’ 이력…유신회, 입각은 안 하기로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오른쪽)와 요시무라 일본유신회 대표[로이터]
일본 집권 자민당이 새로운 연정 상대인 '강경 보수 성향' 제2야당 일본유신회와 함께 정권 운영을 시작할 전망이다.
자민당은 1999년부터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과 협력 관계를 이어왔으나, 공명당이 지난 10일 연정 이탈을 선언한 이후 새로운 상대를 물색했고 주요 정당 중 가장 우익 성향으로 평가받는 유신회와 20일 정식으로 연정 수립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오는 21일 출범이 확실시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더욱 보수화·우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베 신조 전 총리 노선을 계승하려는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도 강경 보수 성향이다.
공명당은 연립 이탈 전 다카이치 총재에게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과도한 외국인 배척 등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유신회는 이러한 사안에서 사실상 공명당과 반대 입장에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은 유신회와 연립정권 구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유신회가 요구했던 사항을 대부분 수용하거나 향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유신회 요구 중에는 휘발유세 인하, 식품 소비세 2년간 면제 등 민생 대책도 있지만, 개헌과 외국인 규제 강화 등 보수색이 강한 정책도 있다.
예컨대 유신회는 헌법 제9조 개정에 관한 양당 협의회 설치, 3대 안보문서 조기 개정, 방위장비 수출 제한 규정 대폭 완화, 외국인에 관한 위법 행위 대응 등이 필요하다고 자민당 측에 제안했다.
일본 헌법 제9조는 평화 헌법 핵심 내용으로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육해공군 전력 보유 및 국가 교전권 부인 내용을 담고 있다.
자민당은 '긴급사태' 시 정부가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가진 긴급정령을 국회 의결 없이 정할 수 있게 하고 실질적 군대인 자위대 존재를 헌법에 명기하는 방향으로 개헌을 추진해 왔는데, 유신회와 연정을 수립하면서 탄력을 받게 됐다.
3대 안보문서는 일본의 방위력 강화 정책을 정리한 지침이다. 외국인 규제 강화는 자민당과 유신회 사이에 이견이 거의 없는 정책이다.
양측 간 견해차가 있는 소비세 감세와 기업·단체 후원금 폐지는 협의를 지속해 합의점을 도출하기로 했다.
유신회는 외교 측면에서도 한국·중국과 관계를 중시했던 공명당보다는 자국 중심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유신회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는 오사카 시장 재임 당시인 2017년 자매 도시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원에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가 설치되자 강하게 반발했다.
오사카부 지사 취임 이후인 2021년에는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전시에 사실상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사카에 본거지를 둔 유신회는 저조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연정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유사시에 대비해 오사카를 부(副)수도로 만든다는 구상을 실현하는 한편, 국회의원 정수를 10% 줄이는 정책도 추진해 '개혁 정당'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심산이다.
다만 유신회는 공명당과 달리 자당 의원을 각료, 차관인 부대신, 차관급인 정무관 등으로 보내지 않는 '각외(閣外) 협력' 형태로 연정에 참여하기로 했다.
각외 협력은 의원이 입각하는 '각내(閣內) 협력'보다는 협력 관계가 약할 수밖에 없다. 다카이치 총재는 정권에 대해 공동 책임을 지는 각내 협력을 요청했지만, 유신회 의원들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둘 수 있는 각외 협력을 선호했다.
유신회 의원 가운데 각료 경험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현실적 판단과 다카이치 내각이 유신회 요구를 실천하는 것을 확인한 이후 입각해도 늦지 않다는 전략적 사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해 유신회 바바 노부유키 전 대표는 전날 취재진에 "바로 내각에 들어갈 환경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각내 협력은) 서서히 함께 일을 해서 실적을 만들어가는 가운데 나올 이야기 아닌가"라고 말했다.
유신회가 입각을 거부함에 따라 양당 간 연결 고리 역할은 총리 보좌관으로 기용될 것으로 알려진 엔도 다카시 유신회 국회대책위원장이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민당(196석)과 유신회(35석)가 새로운 연정을 꾸렸지만, 중의원(하원)에서 두 정당의 의석수 합계는 231석으로 여전히 과반(233석)에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다카이치 내각은 법안과 예산안 통과를 위해 다른 정당과도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여야와 교류가 있고 국회 대책 경험이 풍부한 엔도 의원이 여당과 총리 관저를 잇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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