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전쟁의 상당수가 석유를 둘러싼 것이었다면 21세기 전쟁은 물을 둘러싼 전쟁이 될 것이다.’ 일찍이 세계은행이 내던진 예언이다. 유엔도 비슷한 경고를 계속 해왔다. ‘물 부족은 21세기에 일어날 분쟁의 주요 요인으로 착용할 수 있다’고.
혹독한 더위가 엄습한다. 그 위에 가뭄이 겹친다. 강우량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극지방의 빙하도 비정상적으로 빨리 녹아내린다, 이상기후가 ‘뉴 노멀’이 된 오늘날 지구촌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는 현상이다.
이상기후가 장기화 되고 있다. 동시에 심화되고 있는 것이 물 부족 사태다. 물은 더 이상 단순한 천연자원이 아닌 지정학적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 나라마다 서로 더 많은 수자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물 확보가 일부지역에서는 국가생존의 문제로까지 떠오르면서 군사충돌이 잦아지고 있다. 이 같이 물이 국가 간 분쟁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횡행하고 있는 것이 ‘hydroterrorism’이다.
깨끗한 물에의 접근을 아예 차단한다. 생화학제로 오염시키거나, 때로는 댐, 배수관 등 인프라를 타깃으로 사보타주를 저지른다. 이런 방법으로 물을, 혹은 물 공급 시스템을 테러수단으로 삼고 있다. 물을 일종의 전쟁 수단으로 시용되고 있는 것이다.
퍼시픽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물과 관련된 폭력사태는 2023년 한 해 동안 50%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기구들은 물을 개발, 혹은 환경 이슈로 취급하고 있을 뿐이다. 국가 간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안보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포린 폴리시의 지적이다.
물길은 자연이 만들었다. 때문에 인간이 그은 국경을 무시하고 흐른다. 전 세계 인구의 70%는 적게는 두 세 나라, 지역에 따라서는 10개 이상의 국가가 공유하는 강, 호수, 혹은 지하의 대수층에 의존하고 있다. 수자원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담수 유량의 60%가 국경을 넘어 흐르는 강, 즉 ‘공유된 물’이다. 153개국이 310여개의 강, 하천, 호수 유역을 공유하고 있고 30억이 넘는 인구가 ‘공유된 물’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협력 협정을 맺은 나라는 24개국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런 정황에서 이 ‘공유된 물’은 물론이고 사용 가능한 깨끗한 물도 날로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상기후는 전반적인 물 부족 사태를 불러왔다. 그런데다가 인구 증가. 산업발달 등이 복합요인으로 작용, 물 부족 사태는 계속 심화되고 또 장기화되고 있다. 특히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AI와 반도체 산업의 급성장이다.
AI 데이터센터의 하루 물 소비량은 최대 1900만 갤런에 이른다. 인구 5만 규모 도시의 하루 물 사용량과 맞먹는 엄청난 양이다. 반도체공장 역시 마찬가지다. 대형 반도체 공장의 월 웨이퍼 4만장 생산기준 하루 물소비량은 480만 갤런으로 한 도시의 물소비량과 비슷하다.
21세기 최첨단산업이다. 그런 반도체산업과 AI 데이터센터의 급속한 성장은 전 세계 물자원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다.
이 같은 날로 악화되고 물 부족 사태, 이 상황에서 특히 위험시 되는 지역은 요르단 강(4개국 공유)과 나일 강(11개국 공유)이 흐르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지역, 인더스 강(인도 파키스탄 공유)과 갠지스-브라마트라-메가나 강 시스템(인도. 방글라데시, 인도 공유)의 남아시아지역, 메콩 강(중국,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공유)이 관통해 흐르는 동남아시아지역 등이다.
분쟁을 야기 시키는 나라들은 주로 강의 상류를 차지한 나라들이다. 물의 속성상 상류를 차지한 국가가 마음먹기에 따라 하류지역에 끼치는 영향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정도로 지대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류에 버티고 앉아 일방적으로 물을 무기로 휘두르고 있는 대표 주자는 중국이다. 티베트에서 발원해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치는 메콩 강 상류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국은 메콩 강 상류에 10개 이상의 댐을 건설했다. 이에 따라 메콩 강 하류의 생태계는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잇단 가뭄과 함께 농업생산에도 큰 차질을 주고 있다.
중국이 이번에는 티베트 얄룽창포 강에 세계 최대 전력 생산 발전 댐 공사에 착수했다.
티베트에서 발원한 얄룽창포 강은 인도를 거쳐 방글라데시를 통해 인도양으로 흘러나간다. 베이징은 그 강 발원지 50km 이내 해발 2000m 이상 되는 협곡에서 최대 7667m에 이르는 낙차를 이용해 수력발전소 5기를 세워 현재로는 세계 최대인 산샤댐 전력 생산량의 3배가 넘는 전력을 생산한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발표한 것.
문제는 후유증이다. 생태파괴는 물론이고 대지진 유발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력을 쏟아 부우면서 이웃의 주변 국가들을 타깃으로 간접적 hydroterrorism을 자행하고 있다고 할까. 그게 베이징이 보이고 있는 행태로 세계은행의 예언이 바야흐로 현실화 되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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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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