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의 북서쪽 태평양 연안에 있는 과나카스테 해변은 전 세계에서 드물게 올리브 리들리 거북이 수천마리가 떼로 몰려와 알을 낳는 곳이다. 이 일대는 원래 산림으로 뒤덮여 있던 곳이나 농부들이 개간해 농지로 전용하는 바람에 크게 훼손됐었다.
코스타리카 정부는 자연 보호를 위해 1966년 이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개발을 금지했다. 그러자 이곳은 다시 산림으로 복원됐으며 이곳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재규어도 돌아왔다. 숲속에 나타난 재규어는 이곳 바닷가에 거북이들이 정기적으로 떼로 몰려온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때에 맞춰 해변에 나타나 이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자연 보호를 위한 정책이 오히려 거북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는 기우로 밝혀졌다. 재규어가 바닷가에 나타나면서 거북이 낳은 알을 파헤쳐 먹던 코요테와 오소리 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재규어에 먹히는 어미 거북은 전체의 1%에 불과하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수의 알이 보호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내용은 최근 PBS를 통해 방영된 ‘재규어 해변’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자연의 자기 치유력이 얼마나 강한 지 보여주는 사례로 북가주 빅 베이슨 레드우드 주립 공원 화재도 빼놓을 수 없다. 샌타 크루즈 인근에 자리잡은 이 공원은 샌프란시스코 남쪽 레드우드 최대 군락지인데 2020년 번개로 발화된 산불로 공원의 97%가 불탔다. 레드우드는 보통 키가 100미터가 넘고 껍질의 두께도 30센티미터에 달해 웬만한 산불에는 끄덕없지만 이 산불은 워낙 심해 나무 꼭대기까지 다 탔다.
과연 이 숲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우려도 컸지만 불과 몇달 뒤 그 걱정은 사라졌다. 불탄 나무가지에서 새싹이 나오고 두꺼운 껍질 속에 숨어 있던 봉오리가 이를 뚫고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봉오리가 수백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렇다면 나무는 이런 사태에 대비해 재활의 수단을 준비해 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일부 봉오리는 천년전에 생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탄 재도 토양을 비옥하게 해 이들의 회복을 돕고 있다. 공원 당국은 이미 일부 산책로를 개방하고 공원은 빠른게 정상을 회복해 가고 있다.
가주와 오리건 경계에 있는 클라마스 강의 연어도 자연 보호 운동가와 원주민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으로 지난 8월 이 강을 막고 있던 댐 4개가 모두 철거됐지만 과연 이곳으로 연어들이 돌아올 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댐이 사라지더라도 연어가 돌아오는 데는 최소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던 지난 10월 오리건 어류 야생동물국의 어류학자들은 클라마스 강 지류에서 치눅 연어를 발견했다. 1912년 이곳에 수력발전소가 세워진 이후 사라졌던 연어가 돌아온 것이다. 이들은 돌아온 연어의 엄청난 수와 빠른 생태계 회복 속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연어의 귀환은 인간이 방해만 하지 않으면 자연은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오리건에서 발원해 북가주를 거쳐 태평양으로 흘러가는 263마일 길이의 클라마스 강은 ‘연어 민족’으로 불리는 유록 원주민의 주거지로 연어는 이 부족의 생명선이나 다름 없었지만 댐이 생기면서 연어의 90%가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생명이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다섯번의 대멸종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첫번째가 사상 두번째로 규모가 컸던 4억5천만년전인 오르도비스-실루리안 멸종으로 모든 종의 85%가 사라졌다. 두번째는 3억7천만년전 일어난 데본 후기 멸종으로 모든 종의 70%가 소멸했다. 세번째는 2억5천만년전 발생한 사상 최대 규모의 페름기 멸종으로 가장 성공적인 해양 생물의 하나인 삼엽충을 포함 해양 종의 81%가 사라졌다. 멸종 위기까지 갔던 척추 동물이 회복하는데는 3천만년이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네번째는 2억년전 발생한 트라이아식-주라식 멸종으로 종의 75%가 소멸됐고 다섯번째는 가장 유명한 6천600만년전 크레타세우스 멸종으로 종의 75%가 사라졌으며 멕시코 유카탄 반도 인근에 소혹성이 떨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로 인해 공룡이 멸종하면서 그때까지 그 위세에 눌려 숨어 살던 포유류가 지구 생태계를 주도하게 됐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미 세계가 6번째 대멸종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그 이유는 인간의 탄소 배출로 인한 급속한 지구 온난화로 많은 생명체가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엄청난 대멸종을 여러번 겪고도 다시 생명체가 살아남았다는 것은 생명의 힘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인간 때문에 다시 멸종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언젠가는 복원되겠지만 그 시간은 무척 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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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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