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상환 유예법안 시행
▶ “법 안 지킨다” 민원 ‘수십건’
▶ 대출기관, 서류 검토 까다로워
▶ ‘일시불 상환’ 법 위반도 상당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지난 1월 발생한 LA 산불의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시행 중인 모기지 상환유예 법안이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까다로운 서류 검토와 비협조적인 태도를 고수하면서 코너에 몰린 피해자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LA 타임스에 따르면 팰리세이즈와 알타데나 등 LA 산불의 진원지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던 수십명의 피해자들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주 법률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 이들 지역을 덮쳤던 사상 최악의 산불은 무려 1만 3,000채에 달하는 건물을 잿더미로 만들었고, 이로 인한 보험 손실액은 수십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개빈 뉴섬 주지사는 화재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여러 금융 지원책을 내놨다. 대표적인 법안이 지난 9월 통과된 하원 법안 238호(AB 238)다. 이 법안은 주택담보대출 관리업체가 화재 피해자들에게 최대 12개월간 모기지 상환 유예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법안은 피해자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증명하는 서류만 제출하면 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유예 기간 종료 후에도 유예된 금액을 일시불로 상환하는 것을 금지했다.
퍼시픽 팰리세이즈에 살던 사업 컨설턴트 렌 켄달은 대표적인 피해자다. 그는 당초 복잡한 서류 작업에 지쳐 모기지 상환 유예를 포기했으나, 9월에 새 주법이 통과됐다는 소식에 희망을 품고 다시 신청했다. 하지만 켄달은 대출 관리 담당자로부터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끈질긴 노력 끝에 결국 10월에 법률상 요구되는 최소 초기 지원인 3개월간의 상환 유예를 승인받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유예된 금액을 일시불로 갚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다. 이는 AB 238 법안이 명확히 금지하고 있는 상환 방식이다. 켄달은 “모기지 서비스 업체들이 유예를 제안하더라도, 실제로 큰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닐 것”이라며 “단지 같은 금액을 받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인데,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그마저도 하려 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38세의 광고 감독을 하고 있는 마이크 번스타인 역시 알타데나의 집이 전소됐다. 그는 AB 238 통과 이전에 총 12개월간의 상환 유예를 받았지만, 지난달 대출 관리 회사로부터 연체 통지서를 받았다. 그는 유예된 금액을 일시불로 상환하거나, 대출 기간을 15년 연장하는 대출 조건 변경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번스타인은 “대출 조건 변경을 선택하면 낮은 이자율은 유지되지만, 대출 기간이 크게 늘어나 금융기관은 내가 죽을 때까지 더 많은 이자를 벌어들일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일시불 상환보다 훨씬 더 손해”라고 토로했다.
AB 238 법안을 공동 발의한 존 하라베디안 주 하원의원에 따르면 대출 기관과 서비스 업체들이 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민원이 약 20건 접수됐다. 하라베디안 의원은 피해 민원을 주 금융보호혁신부(DFPI)로 이관했다고 밝혔다.
전국 주택법 프로젝트의 책임 변호사 리사 시트킨은 “사람들은 대출 상환 유예를 요구하는 법이 있으면 당연히 유예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여러 이유가 있다”며 “법안 자체가 다소 복잡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켄달은 “법이 충분히 강하지 못하고, 법을 집행할 수 없다면 화재 피해자들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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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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