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에게 듣는다 - 2026년 미국 경제·부동산 시장 전망
미국 경제는 불확실성의 파도를 넘어 회복의 궤도에 올라설 수 있을까. 2026년 미국은 상반기 둔화, 하반기 회복이라는 분기점을 향해 가고 있다. 고금리의 후유증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이민 정책, 지정학적 변수까지 복합적인 불확실성이 여전히 경제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 동시에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자와 견조한 소비, 누적된 가계 자산은 미국 경제가 다시 한번 회복 탄력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책 환경 역시 중요한 변수다. 연방준비제도(FRB·연준)는 이미 단행한 금리 인하의 효과를 지켜보며 장기간 동결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급격한 완화도, 다시 긴축으로의 회귀도 아닌 ‘관망의 시간’ 속에서 시장은 스스로 균형점을 찾아가야 하는 국면에 놓여 있다. 이 과정에서 경제의 방향성은 소비가 얼마나 버텨주는지, 그리고 AI 투자가 언제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는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 역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수년간 거래 절벽과 관망세가 이어졌던 주택시장은 2026년을 기점으로 회복의 신호를 보낼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점진적인 하락 흐름 속에서 억눌렸던 수요가 서서히 시장으로 복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택 거래량 회복과 가격 안정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작동할 경우 시장 분위기는 이전과는 다른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 경제의 흐름은 곧 개인의 삶과 맞닿아 있다. 소비부터 투자, 고용, 주거 비용에 이르기까지 각종 경제 지표를 고려할 때, 2026년의 선택은 향후 몇 년간의 생활 경제를 좌우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냉정한 데이터와 전문가들의 시각을 통해 흐름을 읽는 일은 더욱 중요해진다. 2026년 미국 경제와 부동산 시장은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하게 될까. 주요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과 지표를 통해 그 가능성을 차분히 짚어본다.
세스 카펜터 - 모건스탠리 수석경제학자
▶ 2026년 경제 ‘상저하고’
▶ AI 투자가 성장 버팀목
2026년 미국 경제는 상반기 뚜렷한 둔화를 겪은 뒤 하반기에는 다시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AI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민간 소비가 살아날 경우 성장궤도에 올라탈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세스 카펜터 모건스탠리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 둔화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가계 재무 건전성과 축적된 자산 효과가 소비를 지탱하고 있다”며 “기업들도 단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AI 관련 투자를 지속하면서 성장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여전히 세계 경제에서 가장 큰 상방 요인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카펜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6년 미국 경제가 상반기 동안 성장 모멘텀의 약화를 목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금리 효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이민 규제 등 복합 악재가 소비와 투자에 단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재정·통화정책의 완화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성장세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의 2026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8%, 2027년에는 2.0%로 전망했다.
물가의 경우 점진적 안정이 예상된다.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2026년 1분기에 관세 영향으로 일시적 상방 압력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후 다시 하향 안정되며 연말 2.6%, 2027년 말에는 2.3%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 함께 연방준비제도(FRB·연준)는 2025년 말까지 시행한 금리 인하의 효과를 지켜보며 긴 동결 구간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는 3~3.25% 범위에서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점쳐진다.
카펜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6년 2분기 새 연준 의장이 취임하더라도 위원회 구성 변화가 제한적이어서 정책 기조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상·하방 위험을 반영한 ‘복수의 성장 경로’도 제시했다. 카펜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가계와 기업이 정책효과를 바탕으로 투자를 확대할 경우 미국 성장률이 3%를 넘는 ‘수요 상향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AI 생산성 확대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경우 고용 충격 없이 성장률이 더욱 높아지는 경로도 제시했다. 반면 금리 인상의 누적 충격이 계속될 경우 2026년 상반기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즉 완만한 경기후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금리가 제로 수준까지 내려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카펜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6년 미국 경제는 상·하방 변수가 명확히 공존하지만, 핵심은 소비가 얼마나 버텨주는지, AI 투자가 언제 본격적으로 생산성 도약을 이끌어내는지에 달려 있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회복 흐름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로렌스 윤 - 전미부동산협회 수석경제학자
▶ 억눌린 거래 수요 분출
▶ 거래량 두 자릿수 회복
2026년 전국 주택시장은 드디어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전망이다. 지난 몇년간 침체와 정체를 반복하던 거래 시장이 내년에 두 자릿수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2026년 전국 주택 거래가 14% 증가하며 뚜렷한 회복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6년은 오랜 기간 억눌려 있던 주택 수요가 실제 거래 증가로 나타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매매량이 눈에 띄게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규 주택 판매 역시 내년 5% 증가하며 회복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 안정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전국 주택 가격이 하락할 위험은 없다”며 “일자리 증가와 구조적 공급부족이 가격을 지지해 2026년 가격은 4%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시장 회복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모기지 신청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고용 증가세도 유지되고 있다. 주택 건설업체들의 공급 확대도 이어지고 있다. 사상 최장기였던 43일간 연방정부 셧다운이 종료되면서 거래 지연 요인도 해소된 상태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신청은 지난해보다 꾸준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고 이는 시장 진입 의지가 계속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2025년 말 한 주 기준 주택 구매용 모기지 신청은 전년 대비 31%나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기지 금리 수준은 여전히 가장 큰 제약 요인이다. 연초 7%대였던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최근 6.2%대까지 내려왔지만 여전히 과거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들어 금리가 완만하게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만 큰 폭의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6% 초반대가 정착되면 주택 구매 여건이 지금보다 확실히 나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2026년 평균 모기지 금리를 약 6%, 2026년 평균인 6.7%보다 낮은 수준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연준의 금리 인하는 긍정적이지만 모기지 금리는 인플레이션, 국채금리, 정부 차입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3%대 금리를 다시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그러나 소폭의 금리 하락만으로도 주택 수요는 크게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회복세는 시장 전체에서 균등하게 나타나지 않을 전망이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상위 가격대 시장은 이미 상당히 활발하며, 재고와 자금 여력이 충분해 75만~100만달러 구간의 거래가 강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저가 주택 시장은 여전히 매물이 부족해 수요가 충분히 거래로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압류 증가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윤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선을 그었다. 그는 “대출 연체율은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고, 대부분의 주택 소유자는 상당한 자산 가치를 갖고 있다”며 “일자리 증가세도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있어 시장의 근간은 매우 탄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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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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