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클라우드와 연동시켰는데, 클라우드 회사가 요금을 계속 올린다면?” 넷플릭스 SF드라마 ‘블랙미러’ 시즌7의 에피소드 ‘보통 사람들’의 설정이다. 요금을 더 내지 않으면 뇌가 오작동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구독을 끊으면 뇌가 꺼진다. 어째야 하나. 드라마는 첨단기술의 그늘에 관한 우화다. 구독이란 이름으로 테크기업들이 설치하는 덫에 대해 경고한다.
■ ‘GLP-1’은 음식을 먹으면 장에서 나오는 호르몬이다. “배가 찼으니 그만 먹으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 호르몬을 투여해 가짜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위고비’ 같은 비만치료제 원리다. 투약을 끊으면? 대부분 식욕이 다시 돌고 몸무게도 늘어난다. 다시 살을 빼려면? 다시 처방받아야 한다. ‘호르몬 구독’이다. 구독자가 늘어 2030년엔 시장 규모가 1,390억 달러까지 커질 것이라고 한다. 제약사가 요구하는 호르몬 구독료를 내려고 ‘투잡’을 뛰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를 일.
■ ‘정해진 기간 동안 책, 신문, 잡지 따위를 구입하여 읽음’에서 ‘신청을 통해 온라인에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받아 보거나 이용함’으로 의미가 확장된 ‘구독’(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삶을 유지하기 위해 정기결제를 하다’는 뜻이 곧 추가될 듯하다. 아이클라우드나 원드라이브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노션과 두레이로 업무를 보고, 테슬라 자동차 자동주행기능을 쓰려면 구독료를 내야 한다. 기업은 별의별 구독 서비스를 내놓고, 소비자는 속수무책으로 지갑을 연다.
■ 요즘 구독료를 빨아들이는 건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가격을 깎아 주며 구독자를 유인한다. 뭘 선택해야 할까. 최근 오픈AI의 챗GPT에서 탈퇴해 앤트로픽의 클로드로 옮겨가는 사람들이 있다. 앤트로픽은 미 국방부의 무기 개발과 국민 감시에 자사 AI기술 사용을 금지해 트럼프 정부에서 퇴출된 반면, 오픈AI는 “민간기업이 정부보다 강할 순 없다”며 정부와 손을 잡았기 때문. “내 구독료가 사람 잡는 데 쓰여선 안 된다”는 각성이다. 기업이 호시탐탐 구독료를 노릴수록 구독자도 똑똑해져야 하는 세상이다.
<최문선 /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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