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네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역사적으로 중요하면서 잘 알려진 사람이다. 셰익스피어나 아인슈타인 같은 이들이 그들이다. 또 하나는 지금 유명은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잊혀지는 사람들이다. 인기로 먹고사는 대다수 연예인이나 정치인이 그렇다. 세번째는 유명하지도 않고 역사적으로 별 흔적을 남기지 않는 사람들이다. 지구상에 사는 대다수가 그럴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름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는 이들도 있다. 클로드 섀넌은 이 그룹의 대표주자라 할 만하다. 1916년 미시건에서 유산 법원 판사와 언어학을 가르치던 고등학교 교장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수학과 전기에 관심을 보였으며 미시건대에서 수학과 전기를 복수 전공하고 MIT에서 전기로 석사, 수학으로 박사학위를 했다.
그는 대학 시절 ‘부울 대수’를 공부한 것을 인연으로 이를 발전시켜 석사 학위 논문으로 ‘릴레이와 스위치 회로의 상징적 분석’이란 글을 제출하는데 이는 전기회로로 논리를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것으로 모든 전자 디지털 컴퓨터의 기본 작동 원리는 여기에 기초하고 있다.
하버드대의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훗날 이를 두고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석사 학위 논문의 하나며 디지털 회로를 예술에서 과학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섀넌은 이 논문으로 35세 이하 공학도에게 수여하는 가장 큰 영예인 미국 노벨상을 수상했다(그냥 노벨상과는 다르다). 디지털 혁명은 그로부터 시작됐다 말해도 된다.
1940년 그는 프린스턴대 연구원으로 선임돼 그곳에 있던 아인슈타인과 교류했으며 1943년에는 국방부와 계약을 맺고 암호 해독 작업에 공을 세웠다. 이 때 같은 일로 미국에 온 영국 ‘컴퓨터의 아버지’ 앨런 튜어링과 만나 그가 만든 초기 컴퓨터 ‘튜어링 머신’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그는 국방부 일을 하면서 요격 미사일 체제 구축 등 방공망을 수립하는데도 기여했고 정보론과 컴퓨터 언어학 분야에서 그의 업적은 독보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에게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 그의 업적을 들라면 ‘테세우스’라 불리는 기계 생쥐의 발명일 것이다. 그는 이 생쥐를 미로에 넣고 이곳 저곳을 반복해 다니면서 스스로 길을 익혀 목표물에 도달할 수 있게 하는데 성공했다. 한마디로 요즘 유행하는 자기 학습 로봇의 모형인 것이다.
시행착오를 통한 방대한 데이터 축적과 이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것이 인공 지능의 핵심 능력인데 이를 처음으로 개발해낸 사람이 섀넌이다. 그를 ‘인공 지능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1956년에는 다트머스 대학에서 존 맥카시, 마빈 민스키, 너대니얼 로체스터 등과 함께 인공 지능에 대한 워크샵을 조직했는데 이 해를 인공 지능 원년으로 삼는다. ‘인공 지능’(AI)이란 말이 처음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다.
그의 학문적 업적은 셀폰부터 마이크로프로세서, 인터넷, 가상화폐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 곳곳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의 탄생을 가능케 했다. 2013년 ‘사이언스 뉴스’는 그의 정보론을 아인슈타인, 다윈, 뉴턴 등에 맞먹는 역사상 10대 혁명적 이론의 하나로 선정했다. 과학사학자인 제임스 글릭은 “아인슈타인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상대성 원리의 시대가 아니라 정보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전자 제품에 그의 지문이 묻어 있다”고 말했다.
한동안 일부 전문가들만 알던 그의 이름이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을 따 첨단 AI 개발업자 ‘앤스로픽’이 만든 ‘클로드’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정보를 취합해 원하는 목표를 얻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알려주는 이 프로그램은 올 들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를 체포하는데 사용된데 이어 이란 폭격에도 혁혁한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앤스로픽’이 이 프로그램을 민간인 감시와 독자적으로 암살 지령을 내리는데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자 미 국방부는 이 회사와의 계약을 파기해 버렸다.
1950년대 자기 학습 능력을 갖춘 생쥐 로봇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1997년 IBM이 ‘딥 블루’란 이름의 수퍼 컴퓨터를 만들어 세계 최강 체스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를 이기자 보는 시각이 조금 달라졌다. 그 후 10년도 지나지 않아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4대1로 완승을 거두자 사람들은 경악했다. 그때까지도 컴퓨터가 바둑으로 사람을 이기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후 다시 10년이 지난 지금 AI는 빛과 같은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테세우스’란 생쥐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얼마나 커져 어디로 굴러 갈 지 인류는 두려움에 떨며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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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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