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문학자 칼럼
▶ 이성욱교수<수원대학교 경제학과>
우리가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입하거나 식당에서 서비스를 받을 때에도 세금이 부과되는데, 이러한 세금을 미국에서는 판매세(sales tax)라고 한다.
미국에 잠시 방문한 여행객들조차도 미국의 판매세 부과방식이 한국과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첫째, 미국에서는 생필품을 제외한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에 세금이 별도로 부과되는 반면에 한국에서는 가격에 세금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 당황하게 된다.
식당에서도 세금이 더해진 세후가격에 추가로 팁이 더해지는 반면에 한국의 호텔에서는 팁이 포함된 가격에 세금이 더해진다.
둘째, 미국에서는 주마다 다른 세율이 적용되는 반면에 한국에서는 10%의 동일한 세율이 적용된다. 셋째, 한국에서는 홈쇼핑을 통해 물건을 구입해도 항상 세금이 부과되는 반면에 미국에서는 홈쇼핑을 통해 다른 주로부터 물건을 구입할 때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모든 재화 및 서비스가 거래될 때에는 거래세가 부과되는데,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은 원자재로부터 생산되어 거래되는 모든 단계마다 늘어난 부가가치에 대해 일정한 세율로 부과되는 부가가치세(value-added tax)가 과세되는 반면에 미국에서는 상품이 최종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최종단계에서만 소비자에게 주마다 서로 다른 세율로 부과되는 판매세(sales tax)가 과세되고 있다.
세금이 경제활동에 미치는 부작용이 적다는 측면과 모든 거래단계마다 모든 사업자가 세금을 신고·납부해야 하므로 세원포탈이 어렵다는 측면에서 부가가치세가 판매세보다 우월하다고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판매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이 50개 자치주가 모여 형성된 연방국가로서 자치주의 자율성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하는 정신때문이다. 판매세가 부가가치세로 원활하게 전환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모든 주가 동일한 세율을 적용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50개 자치주의 독립성 및 자율성이 자칫 훼손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판매세가 유지되어 왔다.
지방자치제가 잘 발달된 독일은 미국과 같은 연방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자치주의 자율성을 인정하면서도 모든 자치주에 동일한 세율을 적용해야 하는 부가가치세를 가장 먼저 도입하였다.
미국에서는 케이블TV 및 인터넷을 통해 다른 주로부터 물건을 구입하면 판매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러한 홈쇼핑방식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국가간의 거래에 있어서 모든 상품의 과세는 생산지가 아닌 소비지에서 과세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간의 과세원칙이 미국에서는 50개 주에도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상품이 다른 주에 거부하는 소비자에게 판매될 경우에는 판매세가 부과되지 않는 반면에 소비자가 사용세(user tax)를 자진하여 납부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사용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소비자는 거의 없으며, 이를 과세하기도 행정적으로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미국 IRS에서도 징수노력을 하지않고 있다. 그러나, 향후 홈쇼핑을 통한 구매방식이 활발해질수록 주정부의 판매세 세입이 줄어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도 판매세에서 부가가치세로의 전환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미국과 같이 정직한 납세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하고 모든 가격을 세전가격에 세금을 더하여 결정하도록 유도하였으나, 아직 식당 등에서는 현금결제가 많으며 세후가격이 복잡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소비자 문화로 인하여 잘 시행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99센트로 끝나는 가격에도 익숙해 있으나, 한국의 소비자들은 백원 및 천원 단위로 결정되는 가격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10%의 부가가치세율이 25년이상 유지되어 왔다. 이 세율이 너무 높으니 8∼9%로 낮추자는 주장도 있으나 이러한 주장이 수용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10이라는 숫자에 익숙해져 있는 단순성때문이다.
끝으로, 필자가 미국에서 중고차를 살 때에 판매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사실에 당황한 적이 있다. 중고차의 거래도 새차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거래이므로 거래세인 판매세를 납부하는 것은 당영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중고차를 살 때에는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는 대신에 지방세인 취득세와 등록세를 납부함으로써 그 차가 자기 소유임을 확인받을 수 있다. 중고차는 부가가치가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에 과세되지 않는 것이다. 이렇듯, 세금은 우리의 모든 경제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한편, 그 사회에 내재해 있는 문화 및 정신도 조세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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