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의 일이다. 조국에서는 수백명 이상의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이치다 처참하게 죽어 갔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인들은 3일 동안 침묵하고 있었다. 당시 상황에서 그들도 살아야 겠으니 총칼 아래 할 말을 못 했으리라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그 뒤 그들은 5.18을 불량배나 반체제 인사들이 일으킨 난동으로 규정하고 군이 자제를 하면서 질서를 확립했노라 예찬했다. 이는 반국민적이고 반역사적인 거짓 진술이었다.
이들은 총칼 앞에 스스로 무릎을 꿇고 붓대를 꺾어 칼자루에 쓰십사 바친 비겁하고 간사한 권력의 시녀였다.
이는 내가 꾸며내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 자백한 내용이나 수구세력을 대변한다는 어느 신문의 1988년 10월 13일자 사설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80년대 통폐합이 아무리 무자비한 강권에 의해 자행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언론이 전체로서 그 강권 앞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언론권을 반납했다는 엄연한 사실 앞에 자괴를 느끼며 책임을 통감한다”
그러나 이들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 보다 아직도 남아서 수구기득권을 위해 개혁세력에 돌을 던진다.
수구언론들은 5.18 기념 전야제에 젊은 정치인들이 술을 마셨으니 이는 5.18정신을 위배한 부도덕한 일이라며 돌을 던지고 있는 것이나 5.18정신을 짓밟은 장본인들이 5.18을 극진히도 위하는 듯 하다.
5.18정신 존중 여부와 술을 마시는 것과는 무관하다고 본다. 젊은 정치인들이 술을 마시고 반사회적이나 불법적 언행을 했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동지들의 죽음에 의분을 토하고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며 마시는 술이라면 도덕성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없을 것이라 믿는다.
孝를 높이 생각하는 우리 전통에도 조상을 기억하는 엄숙한 제사날에 후손들은 술을 따라 바치고 제사가 끝나면 남은 술을 마시며 덕담을 나눈다.
미국 메모리얼데이가 전몰장병을 기억하는 날이지만 미국시민들은 슬픔이나 엄숙한 모습보다 공휴일을 보내는 축제 분위기를 보여준다. 전몰장병의 희생으로 나라가 지켜졌고 오늘의 평화와 번영을 갖게 됐음을 감사드리고 내일의 건설을 위해 오늘을 밝게 기념하자는 생각이 부도덕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젊은 정치인들은 5.18정신을 이어받아 정권교체를 이룩하고 집권한 민주당 소속이라고 한다. 이 젊은이들이 자기들의 정치 이념이기도 할 5.18정신을 스스로 모독하기 위해 술판을 벌리고 광태를 부렸다고 믿는 것은 상식 밖이다.
오히려 수구언론이 5.18기념일을 맞이해 스스로의 잠재된 죄의식을 숨기고 5.18 의미를 희석시키기 위해 술자리를 왜곡 대서특필했을 가능성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개혁의 정치에 앞장서려는 눈에 가시같은 젊은이들을 매장시키자는 수구세력의 속셈도 읽을 수 있다.
사실 검은 돈으로 먹고 마시며 즐기는 퇴폐풍조는 수구세력이 조성해 온 것이나 하루가 멀다고 주지육림에 빠지는 탐관오리들이 주막집에서 의분에 차 술을 마시는 머슴이 부도덕하다며 돌을 던진다면 그 돌은 위선의 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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