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하드라마 ‘허준’이 미주 지역 한인 청소년들에게도 큰 열풍을 일으키며 때아닌 사극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동안 사극은 기성세대들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한인 1.5세·2세 청소년들에게 어렵고 딱딱한 드라마가 아닌 재미나고 유익한 사극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성세대와 후세대들간의 공감대 형성에도 한몫을 담당하고 공부만 강요하던 부모가 함께 ‘허준’ 드라마를 보자고 권하면서 가족간 대화의 기회 제공 등 가정생활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사극이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모르는 것도 많지만, 착하고 정의로운 한 의사의 모습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며, "조연들의 코믹연기가 무척 재미있다"고 말했다.
부모들도 "한 인간의 좌절과 성공의 인생을 통한 인내, 끈기, 정의 등을 보여주는 ‘허준’ 드라마가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의 본이 됨은 물론 각종 의학적 지식이 생활에 주는 도움도 많다"고 밝혔다.
어눌한 한국말로 ‘허준’ 드라마에 나오는 고어체 문장을 익혀 친구들과 농담 삼아 주고받는 모습은 한인 청소년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며, 특히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드라마 주인공 중 하나인 ‘예진 아씨’ 흉내내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 동안 쇼·음악프로가 1.5세·2세 청소년들의 큰 관심거리였던데 비해 일반 드라마도 아닌 사극이 미주 한인 청소년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주말동안 뉴욕 시 일대 25개 한인 비디오 대여점의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실제로 업소에 따라 작게는 1.5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타 드라마보다 ‘허준’ 비디오의 대여율이 높게 기록됐으며, ‘허준’의 뒤를 이어 ‘태조 왕건’의 인기도 사극바람과 함께 높아가고 있다.
드라마 "허준"에서 비롯된 미주 한인 청소년들 사이의 사극 바람은 그들이 뿌리를 두고 있는 한국 역사에 대한 호기심과 선과 정의에 대한 청소년들의 깨끗한 정서가 서로 좋은 궁합을 이루면서 드라마 ‘왕건’으로까지 그 여세를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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