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학-영어 연수’ 바람
▶ "4년만에 졸업하면 바보" 취업준비 필수조건
한양대 2학년에 재학 중인 채덕진(20)군은 얼마전 학교에 휴학계를 낸 뒤 미국으로 왔다. 어학연수를 위해서다. 현재 샌디에고 인근 친척집에 머물고 있는 채군은 오는 9월부터 UC샌디에고의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이 학교 어학원에서 1년간 영어공부를 할 예정이다.
"사회생활 경쟁력을 갖추는데 필수인 영어실력을 늘리고 해외연수 경력도 쌓아 취업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라는 게 채군의 장기 연수의 변이다.
한국에서 영어 수요 증가와 취업난 때문에 최근 1∼2년새 채군처럼 휴학을 한 뒤 미국등 영어권 국가에 장기 연수를 떠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금 대학생들이 6개월 이상 장기휴학을 하고 해외연수를 떠나는 일이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보통 수천달러 이상이 드는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휴학에 이은 장기 어학연수가 유행하고 있는 것은 ‘영어만이 살 길’이라는 한국의 풍토와 취업난 때문이라는 게 유학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IMF 위기가 한풀 꺾였다고는 하지만 대졸자 2명중 1명은 취업재수생으로 전락할 정도로 취업전선은 여전히 바늘구멍인 상태에서 취업에 필수인 영어실력을 쌓고 또 이력서에 해외연수 경력 한 줄이라도 넣어야 더 유리하다는 계산도 작용하는 것이다. 대학생들의 장기 해외연수가 취업을 위한 몸부림인 셈이다.
특히 남학생들에 비해 취업에 더 어려움을 겪는 여학생들의 경우 이같은 추세가 더 심해 요즘 한국의 여대생들 사이에는 4년만에 졸업하면 오히려 바보라는 말이 나돌 정도라는 전언이다.
한국에서 대학을 막 졸업하고 미국에 유학온 한 여학생은 "지금 한국 대학에서는 장기 해외연수 목적 외에도 많은 학생들이 취업 준비기간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휴학을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지난 2000년 1학기 가정형편이나 유학, 해외연수 등을 위해 휴학한 대학생수는 19만3,900명으로 이는 전국의 대학생 166만여명중 11.6%에 해당한다는 한국 교육부의 통계가 나와 있다. 군입대등 다른 이유로 휴학중인 학생들까지 합하면 한국 대학생들중 휴학생수는 50만여명으로 대학생 3명중 1명이 휴학중인 셈이다.
이같은 한국 대학생들의 장기 해외연수 붐에 대해 LA 연세 어학당의 이규희 부원장은 "많은 비용이 드는 장기 연수는 뚜렷한 동기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한다면 성과가 있겠지만 단순히 관광 등에 치중하거나 시간을 벌기 위한 연수일 경우 안하니만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하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