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맨도 원더우먼도 나이의 장벽과 부상의 해코지를 어찌할 수는 없었다.
20년 가까이 여자 7종경기 1인자로 군림해온 ‘철의 여인’ 재키 조이너-커시(38)가 7종경기의 일부에 불과(?)한 멀리뛰기에서 미국대표조차 되지 못한 데 이어 10년 넘게 남자 10종경기 세계 챔피언좌를 지켜온 ‘철인’ 댄 오브라이언(34)마저 시드니올림픽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됐다.
왼쪽 발바닥 부상에 시달려온 오브라이언은 18일 밤 "지금으로서는 아무래도 목요일(20일) 오후 4시에 시작되는 미국대표 선발전에 나갈 수 없을 것"이라며 "기권확률은 98, 99%"라고 못박았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미국대표 선발전 때는 뜻하지 않은 장대높이뛰기 ‘과락’으로 헛물을 켜야 했던 그는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선 예상대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이번에 발바닥 통증이 잡아채는 바람에 "아무리 애를 써도 15, 20m정도를 슬슬 뛰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오브라이언은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적을 바라는 심정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출전포기서 제출을 미뤄놓기는 했지만 올림픽과의 악연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별 수 없이 2004년 올림픽까지 기다려야 할 판이다. 그러나 그때가 되면 오브라이언은 이번 선발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다 결국 흘러간 세월을 탄식하며 마지막 은퇴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던 조이너-커시와 마찬가지로 서른여덟살이 된다. 철의 여인이 녹슨 모습으로 트랙과 필드에서 밀려났듯이 오브라이언 역시 그땐 녹슨 철인이 돼 있지 않을까.
그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오브라이언은 자신의 미래를 예감하듯 욱신거리는 발바닥을 연신 주무르며 내뱉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이런 충격이 어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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