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열의 경제칼럼
▶ <뉴욕 페이스대 석좌교수>
증권시장이 계속 강세로 나가던 지난 몇 년 동안에는 갖가지 신나는 얘기와 더불어 투자의 기본 룰들이 깨어진 게 하나둘이 아니다. 주식값이, 특히 인터넷과 정보통신주들이 미친 듯이 상승세를 탈 때는 기본 투자의 룰을 지키던 투자자들은 사실 그 높은 파고를 타는 게 아찔하고 불안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투자자들 중에서 나이가 50대를 넘어섰거나 앞으로 10년만에 은퇴를 생각하는 분들은 무슨 일이 있든 간에 지켜야 할 기본 룰들이 있고 만약 그 룰들을 지키지 않고 투자환경이 갑자기 악화하면 남은 인생이 참담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두 가지 경우를 들어 미주 한인 비즈니스들이 은퇴를 생각하는데 도움이 되는 얘기를 해볼까 한다.
첫 번째 얘기가 마진(margin)이다. 부동산 시장이 붐을 타던 80년대 후반에 빚을 얻어 부동산 투자를 했던 많은 한인들이 90년대 초에 쓰라린 실패를 했던 것과 똑같은 케이스가 생긴 게 마진을 얻어 주식투자를 했던 경우라 할 수 있다.
실상 주식시장이 뜨거울 때는 마진에 대한 유혹이 크다. 80달러짜리 인터넷 주식을 1,000주 매입한 경우를 보자. 8만달러의 투자가 주가상승으로 개개 주가가 120달러가 되면 50%의 투자 수익률을 기록해서 12만달러로 포트폴리오가 늘게 된다.
이때 욕심이 좀 생기면 8만달러의 마진을 얻어 16만달러를 투자하게 되고 사정이 같을 때면 120달러의 주가 덕분에 재산 사이즈는 24만달러가 된다. 8만달러 마진을 갚고 나면 이자를 지불하고 나서도 16만달러 가까이 재산이 생겨 원래 투자의 꼭 2배로 재산이 늘어난 결과가 되는 것이다.
올 연초에 본 것처럼 주식시장이 갑자기 식어버리면 어떻게 되는가. 80달러의 주가가 40달러로 떨어지면 2,000주는 8만달러의 재산으로 줄게 된 셈이고 자기 자신의 재산은 없어지고 이자에 대한 부채만 남게 된다.
때때로 주식을 여러 가지 골라서 산 경우에는 그 중에 한두개 그래도 괜찮은 주식들이 살리는 경우도 있으나 일단 마진을 얻어 투자를 하면 그 빚을 얻을 때 사인하는 계약서에 브로커가 무슨 주식이든 마진 콜을 위해 마음대로 팔 수 있는 규정을 넣어두기 때문에 괜찮은 주식도 계속 가지고 있을 수 없게 된다.
젊은 사람들은 뒷날을 기약하고 이런 쓰라린 경험을 교훈 삼아 앞으로 회복할 기회도 시간도 있다. 그러나 50대 이후에는, 또 혹시 30~40대에서도 지금 하는 일이 지겨워 조기은퇴를 10년 안에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에 걸맞는 투자는 무척 보수적인 투자이어야 한다.
두 번째 얘기는 한국에서도 흔히 보듯 부모의 은퇴시 받는 일시불 퇴직금을 자식이 자기 비즈니스의 투자에 보태는 경우처럼 말이 안되는 슬픈 경우. 퇴직금은 불확실한 투자에 절대 사용해서는 안된다.
앞으로 10년 안에 돈을 써야 하거나 지금 은퇴가 가까운 분들은 가장 안전한 수익성 투자를 해야 하는데 미국 증권시장의 인덱스 펀드에 투자를 하거나, 뮤추얼 펀드에 맡기거나, 아니면 기간산업 중 유틸리티 쪽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고 시간이 더 없는 분들은 채권시장으로 돈을 넣는 게 이상적이다.
20대 초반에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무척 일찍부터 은퇴를 위해 저축하는 믿음직한 행태를 보인다. 아마 안정된 사회에서 살아서 시간이 주는 안도감 때문에 멀리 보는 눈이 생기는 이유에서이겠지만 은퇴계획을 20대 초반에 실행하게 되면 괜찮은 직장에 취직하는 젊은이들은 40대에 100만달러 이상을 모으는 것이 쉽다.
은퇴계획에 익숙하지 않았던 기성세대들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때에는 이제 어느 정도 규모를 알 수 있는 재산을 어떻게 안전하게 유지하고 수익을 볼 수 있나 하는 방향으로 운용하는 지혜를 가지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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