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캘리포니아의 주도 새크라멘토에서 거행된 시드니 올림픽 미국 육상대표팀 선발전 200미터 달리기에서 수퍼스타 마이클 존슨과 모리스 그린의 대결이 어처구니없이 불발로 끝난 후 존슨은 그 책임을 언론에 돌렸다.
"언론이 우리들의 대결을 지나치게 과대포장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 결과로 대결분위기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고 경기는 오염되고 말았다"
존슨의 말이다.
그의 분석은 사실 정확한 것이다.
과거 미국은 스티브 스캇이나 시드니 마리같은 위대한 중거리 육상선수(경기구간이 1마일이기 때문에 이들을 보통 ‘마일러’라고 부른다)를 배출했다.
스캇과 마리가 이몬 코글란이나 존 워커같은 외국의 준족들과 대결하는 경우는 대부분 결승전이었다. 손에 땀을 쥐게하는 이 경기들은 TV를 통해 육상팬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대회 프로모터, 육상관계자, TV방송들에게 중거리는 최고의 인기종목이었다.
1마일 경주는 우선 다른 육상종목에 비해 독특한 매력이 있었고 카리스마가 강한 선수들도 유독 많았다. 또한 마의 4분대 돌파는 오랜 역사적인 의미마저 지니고 있었다.
문제는 항상 신기록을 장담하는 TV다.
육상경기의 정수인 경쟁의 오묘함과 승리의 심오한 의미를 전달하는 대신 TV중계자들은 기록경신에만 초점을 맞춘다. 신기록이라는 것이 매 대회마다 손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대회후에는 항상 실망이 남는다. 누가 우승을 하건 신기록이 수립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선수들이 실패했다고 간주한다.
금년은 올림픽이 열리는 해이기 때문에 육상경기에 대한 관심이 각별히 높다.
매리언 존스와 잉거 밀러의 200미터달리기 대결을 비롯, 레지나 제이콥스와 수지 페이버 해밀턴의 1,500미터, 애덤 가우처와 밥 케네디의 5,000미터등이 대표적인 것이다.
육상종목이 그야말로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여자 봉고도는 세계기록보유자 스테이시 드라길라의 군림으로 인기가 급등하고 있고 여자 육상계의 여제 존스는 이번 시드니 올림픽에서 5관왕에 도전한다.
시드니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가장 뜨거운 시선이 쏠렸던 것은 바로 남자 200미터 달리기였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존슨과 그린간의 대결은 언론의 치나친 라이벌분위기조성으로 마침내는 종목자체를 그르치고 말았다. 언론 과다노출로 긴장한 두 선수는 결승전에서 각각 부상을 당해 탈락하는 최악의 이변을 연출했다. 세계정상의 존슨과 그린은 이 종목의 대표팀합류에 실패, 꿈의 올림픽 대결은 개막도 하지않은채 산산조작이 나고 말았다. 결국 육상팬들과 시청자가 패자가 된 것이다.
경기를 중계한 NBC는 두 선수의 자존심을 교묘하게 자극하는 인터뷰를 번갈아 방영, 대결을 극화시켰다.
물론 존슨과 그린이 선의의 피해자만은 아니다.
두 선수가 언론의 라이벌 분위기조성을 무시하고 그저 경기에만 충실히 임했더라면 아마 이같은 파국은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당시 경쟁적인 무드속에서 이성적인 분별력을 상실하고 있었다.
이번 남자 200미터 결승은 1984년 LA 올림픽의 여자 3,000미터 종목과 매우 흡사하다.
언론이라는 언론은 이 종목에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켰다.
미국의 육상스타 매리 슬레이니와 남아공출신의 ‘맨발의 10대 센세이션’ 졸라 버드와의 대결이었다.
슬레이니는 버드에 비해 기량이 훨씬 뛰어난 선수로 금메달 후보였다. 반면 버드는 무한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떠오르는 미래의 스타였지만 국제무대의 경험이 거의 없었다.
언론의 과열된 취재가 화근어었을까.
세계의 이목이 쏠렸던 이 대결은 경기도중 슬레이니와 버드가 충돌하는 믿기어려운 상황이 발생했고 우승은 슬레이니의 진정한 적수였던 루마니아의 모리시카 푸이카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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