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이 14일 자신이 속한 민주당의 대의원들에게 사실상의 ‘작별인사’를 했다.
부인 힐러리여사에 뒤이어 대회장인 스테이플센터의 연단에 오른 클린턴 대통령에게 주어진 임무는 차기주자인 앨 고어 부통령 ‘띄우기’였지만 그는 자신의 고별무대에 해당하는 이 자리를 단순한 후계자 칭찬으로 허비하지 않았다.
고어부통령이 공공연히 자신과의 ‘거리두기’를 시도하는 거북살스런 상황에서 대회 첫날의 마지막 연사로 나선 클린턴 대통령은 1시간여에 걸친 장황한 ‘고별연설’로 고어와 자신을 동시에 치켜올렸다.
클린턴 대통령은 클린턴-고어 행정부가 경제호황으로 특징지워졌던 지난 8년간의 황금같은 기회를 낭비했다는 공화당측의 주장에 강력한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재임 8년동안 미국경제가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했고 범죄율이 크게 떨어졌으며 가족휴가법 등 미국인들 사이에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 법이 속속 제정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어 보수회귀의 물결을 타고 의회장악에 성공했던 공화당이 갑작스레 중도로 방향을 수정했으나 이는 실질적 변화가 없는 무늬바꾸기에 불과하다고 공박한 뒤 뚜렷한 쟁점이 없는 이번 선거에서 미국인들이 고어를 선택해야 할 당위성에 관해 언급했다.
그는 현재 미국이 당면한 내외적인 위기상황이 없다고는 하지만 공화당 대통령을 선출할 경우 국내외문제의 정책적인 일관성이 상실돼 중대한 위기를 초래할수 있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연설의 달인답게 고별무대를 깔끔하게 마무리했으나 마음속까지 정리하지는 못한 듯 하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열렸던 기금모금행사에서 그는 "백악관에서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아까워 요즘은 밤잠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며 임기만료를 앞둔 권력자의 진한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지난 주말 LA로 날아와 힐러리여사의 상원선거자금과 자신의 기념도서관 건축기금 모금행사를 벌여 민주당 대의원들의 눈총을 받았던 그는 15일 미시건에서 고어 부통령과 함께 자당의 기수교체를 상징하는 행사에 참석한 뒤 백악관으로 돌아가 본격적인 ‘절름발이 오리’ 생활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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