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공화당의 부시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실 없는 ‘핫바지’ 후보 정도로 치부해 왔던 부시가 고어를 계속 앞서고 그 격차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상대에 대한 평가를 달리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시각을 반영하듯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대의원등 당 관계자들 사이에는 "11월 선거에서 패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아직은 절망적인 단게에까지 이르지는 않고 있지만 "시간이 별로 없다"는 초조감은 완연하다. 미시건에서 온 한 대의원은 "대선에서 TV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그런데 고어는 클린턴만큼 TV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초당적인 ‘로젠버그 정치리포트’를 발행하고 있는 정치분석가 스튜어트 로젠버그는 "공화당내에서는 11월 선거에서 ‘약속의 땅’에 입성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반면 민주당은 승리 할수 있다고 애써 믿으면서도 이를 확신하지 못하는 눈치"라고 지적했다.
경제가 끝모를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이런 시기에 왜 집권당 후보가 ‘별 볼일 없는’ 부시에 고전하고 있는 것일까. 민주당 전략가들도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며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있다. 조셉 바이든 연방상원의원은 전당대회 기간중 한 조찬모임에서 "어떻게 조지 W. 부시같은 친구가 고어처럼 실력있고 능력 있는 후보를 앞설수 있는지 이해할수 없다"며 푸념을 늘어 놓았다.
지난 3월 이후 전국적으로 실시된 대선관련 여론조사는 총 116회였다. 이가운데 부시는 109개의 여론조사에서 고어에 앞섰다. 고어의 후보수락 연설도 있고 TV토론도 남은만큼 고어가 부시를 따라 잡을수 있는 기회는 남았지만 민주당 관계자들을 정말 걱정 스럽게 하고 있는 것은 고어에 부정적인 유권자층이 의외로 두텁다는 점이다. 지난주말 여론조사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고어는 찍지 않겠다"고 밝힌 유권자가 47%로 나타났는데 이 수치는 지난 대선에서 클린턴에 참패한 밥 도울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게다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세력인 노조가 ‘자유무역’을 표방하는 고어의 정책적 입장에 불만을 표시하고 일부 흑인들이 리버맨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등 지지세력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민주당으로서는 악재가 아닐수 없다. 고어-리버맨 티켓의 부진이 연방의회와 지방정부 선거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점증하고 있다.
지난 92년 클린턴을 백악관에 입성시켰던 정치전략가 제임스 카빌은 아직도 고어가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그러면서도 "11월 선거에서 만일 부시가 고어에 9%P차 정도의 승리를 거둔다면 민주당은 운석이 지구를 강타하면서 멸종한 공룡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며 고어의 패배가 가져올지도 모를 정치적 파장이 엄청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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