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후보 수락연설
▶ 구체적 공약에 ‘개인적 터치’ 입혀
’매력없는 정치인’ 앨 고어가 드디어 승부수를 던졌다.
미리 밝혔던 대로 그는 추진시한까지 명시한 구체적인 공약을 내미는 것으로 조지 W. 부시 공화당 대통령후보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부시의 개인적 인기를 우세한 정책으로 누르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고어는 전당대회 마지막 날의 대미를 딱딱한 수치로 가득찬 지명수락연설로 멋대가리없이 마무리짓지 않았다. 생애최대의 연설을 위해 단상에 오른 그는 본론으로 들어가기 에 앞서 왜 자신이 정치인의 길을 택했는지, 정치인 이전의 삶은 어떤 것이었는지에 관해 얘기했다. ‘간추린 자서전’으로 자신에 대한 소개를 마친뒤에야 그는 숫자로 버무려진 공약을 하나씩 제시했다. 부시가 지명수락연설중 자신의 과거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던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고어의 연설뿐만 아니라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의 전반적 톤이 그랬다. 고어에 앞서 등단한 9명의 연사들은 한결같이 ‘정치인’ 고어가 아닌 ‘인간’ 고어에 대해 얘기했다. 마치 양파껍질을 벗기듯, 그의 친구들은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고어의 다른 모습들을 한꺼풀씩 벗겨내 보여주었다.
고어와 연사들의 연설은 물론 사전 조율된 것이었다. 이들의 지향점은 인간적인 고어 알리기로 모아졌다. 정책제시 측면에서는 상대적우위를 유지하면서도 지지도에서 부시에게 뒤처지는 주원인이 "지나치게 타산적인 정치인"이라는 고정이미지 때문이라고 판단한 고어진영은 그의 지명수락연설이 있는 전당대회 마지막 날을 고어의 인간적 면모를 알리는데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정치인을 파는게 아니라 인간을 팔라"는 전술이 가동된 셈이다.
고어도 "나의 본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후보수락연설을 직접 작성했다.
고어의 노림수가 제대로 먹혀들어갔는지 확인하기엔 아직 이르다. 하지만 "보여줄 것을 다 보여준" 전당대회이후에도 그에 대한 지지도가 올라가지 않는다면 백악관 가는 길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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