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이가 새벽같이 물주고 한나절 잡초 뽑고 그런걸 죄 뽑아가나...”
쉐리단 노인 아파트에 거주하는 손기순(79세)할머니는 14일 한인노인복지센터에 찾아가서 하소연을 했다. 애써 가꾼 텃밭의 채소들을 누군가가 몰래 훔쳐다가 판다는 것.
쉐리단 부근 노인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한 블록 너머에 있는 공터에 텃밭을 가꾸는 재미로 산다. 처음엔 아들네도 주고 따다 먹기도 하고 하는 재미에서 비롯되었으나 이제 깻잎 한 뭉치씩 들고 다니며 팔기도 한단다. 공터에 조금씩 농사를 지은 게 3년이 넘었다더니 과연 공터는 깻잎이며 고추, 호박, 파, 상추들로 제법 큰 규모로 밭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이렇게 새파란 밭에서 올해 깻잎을 한 장도 못 땄다면 누가 믿겠어요. 내가 병이 다 났어”라고 하소연하는 할머니 목소리에는 울음이 밴다. 아닌 게 아니라 텃밭은 카펫이나 나무로 누가 보아도 소유주가 분명하게끔 표시가 되어있었다. 홧병이 났다는 할머니 밭은 어린 깻잎만 남았을 뿐 딸만한 잎은 보이지 않았다.
“같은 한인끼리 도둑질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창피해 말 안 할려고 했지”라고 조심스레 말문을 트는 김효순(70세)할머니는 도둑과 한번 싸운 적이 있다고 말했다. 6월 중순경 도둑 할머니가 자신의 밭에서 알타리 무를 한바구니 뽑아 나오는 걸 보고 뭐라 했더니 대뜸 멱살을 잡더라는 것. 이른 아침시간에 할머니들끼리 소리지르고 싸우는 모습이 여간이 아니었는지 공터 앞 아파트 주민들이 죄 나와 지켜보다가 경찰을 불렀단다.
“경찰에 갔다가 100달러 주고 하루만에 나왔대. 딸하고 사위가 ‘우리 엄마 미쳤어요’라고 빼왔다나.”한숨을 쉬며 이덕영(72세)할머니는 텃밭 가꾸는 사람이 열다섯 명 정도 되는데 안 당한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도둑 할머니를 도와주는 이른바 ‘장물어멈’이 있어서 기세가 등등하다는 것.
“누구밭이 누구 소유인지 다 아는데 한인끼리 이럴 수 있나”고 한탄하는 김효순 할머니는 도둑질하는 사람이 누군지 빤히 알지만 젊은 할머니라서 힘으로 당할 수도 없고 다들 꾹 눌러 참고 있다고 했다. “지난번에 싸웠을 적 내가 그렇게 맞고 있는데도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더라”며 김효순 할머니는 자신의 일이 아니면 상관없다는 태도를 취하는 한인들의 태도에 분개했다.
할머니들은 피해입은 노인들이 많아지자 아파트 회장을 찾아가서 부탁도 해 보았으나 “문도 열어보지 않고 내 알 바 아니라며 거절하더라”며 경찰에 리포트는 했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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