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경제위기가 아시아 각국을 어렵게 만들던 때 경제관료들이 자주 쓰던 얘기가 있다. "우리 경제는 펀더멘탈이 튼튼해서 몇가지 경제지표들이 나빠도 큰 걱정할 필요없다"는 것이었다. 결국엔 유동성 위기로 경제가 침몰한 다음 그 관료들이 사라지고 나니 그 후 얘기를 할 사람들도 없어진 걸 우린 기억한다.
최근의 경제위기 얘기가 나오니 또 현정부의 관료들 얘기가 펀더멘탈이 튼튼해서 너무 걱정 안해도 된다는 얘기다. 항상 외국의 예를 들여다가 묘하게 삐딱하게 바꾸어 쓰는 한국의 관례를 보아 크게 이상할 것은 없으나 우리는 이 펀더멘탈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경제의 펀더멘칼이란 결국 한 경제를 이루고 있는 경제주체들이 얼마나 튼튼한가에 달려 있다. 기업 하나하나가 건실한 재무구조로 이윤을 계속 적정수준 이상으로 내고 있으면 그 경제의 펀더멘탈이 좋은 것이다.
이 얘기는 고용, 성장률, 인플레의 정도, 환율 등 거시경제의 여러 지표들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 거시경제의 지표는 자주 변하지만 대체적인 기업들의 평균 재무구조 등은 급작스레 변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기업의 부채비율은 부채 나누기 자기자본으로 했을 때 한국의 많은 재벌기업들이 200% 이상이지만 미국의 경우엔 100%가 넘으면 몇 개의 산업을 제외하고는 아주 위험하게 보는 것이다.
100%란 결국 자기자본으로 부채를 다 갚고나면 회사에 남는 자본이 없다는 얘기이고 보면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서는 좀 곤란해진다.
한국에서는 이 부채비율이 500%, 800%가 되는 경우도 재벌 기업들에게서 흔히 보아왔으나 개발독재시대가 끝난 현재의 상황에서 정부지급보증으로 은행에 강제로 대부를 연장시키는 금융관행은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
그런데 최근의 공개된 기업재무제표들은 재벌기업들의 재무구조와 영업상태가 어떤가 뚜렷이 보여준다. 놀랄 일은 상당히 많은 재벌기업들에서 영업이익이 충분하지 않아서 영업용 이자비용 지급에 충분한 정도도 안된다는 것이다.
이자를 지급한 다음 나오는 당기순이익은 그러니까 손실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두고 경제정책을 담당했던 관료들이 어떻게 우리 경제는 펀더멘탈이 튼튼해서 괜찮다는 얘기를 했을까. 또 현재의 관료들도 똑같은 답변을 할 수 있을까. 멍해지는 느낌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몇몇 수출대종산업들에서 호경기 덕분에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펀더멘탈에 약한 한국 경제의 진실을 제대로 직관하지 않는 정책은 이번주에 우리가 본 이산가족들의 재상봉때 느낀 것과 같은 생각을 갖게 한다.
필자는 눈물겨운 상봉들을 대규모로 커다란 전시장에서 한꺼번에 보여주도록 계획을 짠 정책 당국자들에게 분노에 가까운 경멸감을 가졌다. 자기들의 정치적 계산에 도움이 된다고 수십년만에 만나는 혈육들의 상봉을 그렇게 무대연출처럼 하는 수법은 과거의 군부독재와 비교해서 별로 나아보이질 않는다.
개별 가족들 한집 한집들이 만난 다음 그들의 하고 싶던 얘기들은 그들의 호텔방에서 할 수 있는 정도의 아량을 베풀 것을 기대하는 것도 분에 넘친 것일까. 필자는 무척 미안한 마음으로 그들의 오고가는 얘기가 방송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커다란 전시장은 거시경제, 개개 가족들은 경제의 펀더멘탈에 비교되면서 필자는 언제나 정치인들이 진정 성숙해짐을 우리에게 보여줄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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