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인델리업소 앞에서 불매시위를 벌이던 히스패닉계 노조원들을 만난 적이 있다.
한인업주와 종업원을 향해 외치는 이들의 시위구호 가운데에는 흔한 `ㅆ’ 욕에서부터 정도가 지나친 아주 상스러운 한국어 욕들이 다분히 포함돼 있었다.
이들을 보면서 내가 미국에 이민 온 뒤 학교에서 처음 만났던 ESL 강사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영어로 된 욕을 제일 먼저 가르쳤던 것이 생각났다.
그 강사선생님은 누군가가 우리들에게 영어로 된 욕을 하고 지나갈 때 영어에 서투른 ESL 학생들이 그 말이 욕인지 아닌지도 구분 못하고 그저 웃음을 지어 보이거나 “Thank You”라고 말해 놀림감이 되지 않으려면 영어로 된 욕을 구분할 줄 알아야 된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이를 가르쳤다.
나는 그 선생님이 차마 선생으로는 입에 담기 힘든 영어로 된 욕들을 학생들에게 어렵게 뜻을 설명하며 제대로 알라고 가르치려던 의도와 이유가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시위대에서 한국어 욕을 거침없이 뿜어대는 타인종들을 보면서 이들이 배운 한국어 욕들은 바로 그들 눈에 비친 우리 한인들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히스패닉계를 비롯한 타 인종 종업원들이 제일 먼저 배우는 한국말이 한국인들의 성급함을 잘 표현하는 `빨리빨리’와 다양한 한국어 욕이라고 한다. 타 인종 종업원들을 다룰 때 한인들은 그저 우리보다 두뇌가 떨어지고 힘만 센 마당쇠쯤으로 하찮게 여기고 이들에게 반말은 물론 온갖 욕을 해가며 소위 마구 `부려먹는’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된다.
미국에 사는 많은 한인들은 우리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백인들로부터 당하는 차별과 서러움은 입에 거품을 물고 못마땅해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보다 조금은 열등하다고 믿는(?) 민족들에게는 우리가 받은 서러움을 거꾸로 이들에게 쏟아 부을 수 있는 쓰레기통 취급을 하고 욕을 하며 푸는 이민스트레스를 그저 이들이 흡수해주길 바라는 이기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
한인업주의 밑에서 일한다고 해서 이들 타 인종들의 눈에 한인이 강자로 비춰지는 것만은 아니다. 강자에겐 강하게 약자에겐 약하게 대하며 살아갈 줄 아는 한인들의 모습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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