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영화
▶ (An Affair of Love) ★★★★½(별5개 만점)
보통 남녀의 관계가 서로간 감정이입 후 육체적 결합으로 이어지는 것과는 정반대로 여기 나오는 두 남녀는 육체관계로 시작해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사실 남녀관계에서 그것이 무엇으로 시작해 무엇으로 끝이 나는가 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관계를 맺는 동안의 일들과 현상이 진실로 중요한 것이라 하겠다.
외모로는 단순하나 내용은 심오한 이 영화를 보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남녀관계란 참으로 설명할 수 없게시리 신비한 것이구나 하는 점이다. 처음에 외설적인 것으로 (이 프랑스 영화의 원제는 「외설적 관계」다) 시작된 두 남녀의 관계가 격렬하고 지극한 사랑으로 변화할 줄 누가 짐작이나 했으며 또 그같은 사랑의 먼 훗날을 서로들 자의적으로 판단해 헤어지고 말 줄이야 또 누가 예견할 수 있었겠는가. 영화가 끝이 나고서도 내내 두 주인공의 결정이 과연 현명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어리석은 감정의 오판이었는지를 몰라 가슴이 답답해진다. 프랑스 사람들만큼 관계의 이야기를 잘 할 줄 아는 사람들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 로맨틱하고 매력적인 영화다.
영화는 두 남녀 주인공을 제3자가 인터뷰하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두 사람이 말하는 것이 약간씩 서로 틀린다. 이름 없는 남자(세르지 로페즈)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과 이름 없는 여자(나탈리 바이)가 역시 남자와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교차로 보여진다.
남자는 여자가 섹스잡지에 낸 광고를 보고 이에 응답해 둘이 파리의 한 카페에서 처음 만난다. 여자는 평소 자기가 갖고 있던 성적 환상을 실천해 보려고 이런 광고를 냈다. 둘은 만나자마자 여자가 미리 예약해 둔 인근호텔 118호실로 들어간다. 호텔 복도는 새빨간 색깔이고 방안은 푸른색인데 두 사람이 방안으로 들어간 뒤 문이 닫히면 장면은 이어 둘이 호텔을 나와 다음 만남을 약속하고 헤어지는 것으로 연결된다. 두 사람이 방안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관객들 상상에 맡겨놓았다.
둘은 1주에 한번 또 때로는 2주에 한번씩 만나면서 계속해 호텔방을 들락날락하기를 반년째 이어가는데 그런 관계 속에서도 둘은 서로의 이름과 거주지와 하는 일에 대해서 일절 언급을 하지 않는다. 한동안 무슨 사무적인 만남 같던 둘의 육체적 관계에서 서서히 감정이 생성되면서 둘의 관계는 사랑의 관계로 변이되는데 결국 이런 관계의 변화 때문에 둘은 헤어지게 된다. 아이로니컬하다.
인터뷰에 응한 둘이 눈물 젖은 눈으로 과거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그들의 최후 선택을 비극적 오판이냐 아니면 사필귀정한 것이냐 하고 따져볼 만하다. 프랑스 영화인데다 관계의 영화여서 말이 많지만 그것들이 모두 솔직하니 지적이요 싸구려가 아니어서 듣기 좋고 만족스럽다. 둘은 섹스를 하면서도 이야기를 나누는데 특히 여자가 상위자세로 남자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선정적이기 짝이 없다.
곰같은 매력이 있는 로페즈와 완숙되고 세련미 있는 바이(이 영화로 베니스 영화제 주연상)의 상호작용과 연기가 대단히 아름답고 은근하다. 등급 R. Fine Line. 선셋 5, 플레이하우스(콜로라도), 타운센터(코스타메사), 유니버시티(어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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