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적 향상, 안전등 스트레스 많아 퇴직자 줄이어
전국의 5300만명 초중고교생들이 일제히 새 학년을 맞아 등교했지만 학력고사 성적 상승 및 기타 여러 가지 새로운 요구를 충족시켜야할 압박감이 그 어느때보다도 심한 요즘, 학교를 이끌어갈 교장 선생님이 없는 학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버몬트주의 경우 지난 두어달 사이에만 교장 5명중 1명이 은퇴하거나 사퇴해 그중 일부는 이미 삼사년전에 은퇴했던 교장들이 임시로 자리를 채웠다. 워싱턴주의 경우 15%에 해당하는 300명이 작년 말에 학교를 그만두고 사립학교로 갔거나 연금을 받으면서 새로 취임하는 교장에게 보너스 및 기타 특전을 주는 아이다오, 오리건, 네바다, 캘리포니아로 갔다.
버몬트주 만큼이나 이직하는 교장이 많은 켄터키와 텍사스주의 경우에도 5년전 보통 10여명의 지원자가 몰리던 교육구 교장 자리에 요즘은 고작 3명 정도가 지원하는 경향이다. 교장선생님에게 연봉을 2만달러 이상 더주기 때문에 교외지역과의 경쟁을 불허하던 뉴욕시에서조차 163개 학교가 임시 행정관으로 교장을 대행시키고 있다. 작년 가을에 임시직 교장이 학생을 맞이했던 200개교와 합하면 뉴욕시의 교장직 4개중 1개가 지난 2년사이에 주인이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최근 교장직을 떠난 사람들은 요즘 교장직은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제까지 교장이라면 학교에 질서와 학습 분위기를 잡고 규율을 집행하는 엄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충분했으나 지난 10년동안 전국을 휩쓴 교육 개혁 운동의 여파로 요즘 교장선생님들은 마치 풋볼 코치처럼 학부모 및 주교육 감사관들로부터 책임을 추궁당하고 있다. 학생들의 학력고사 성적이 떨어지거나 주정부가 정한 기준에 미달할 경우 교장 선생님들은 시원찮게 시즌을 마감한 코치처럼 닥달을 당하고 심하면 후임자도 없이 해고당하기도 한다.
게다가 요즘 교장선생님들은 과거와 달리 자유재량권도 별로 없다. 교육 개혁 운동으로 생겨난 수도 없이 많은 협의회의 이름으로 학부모와 교사,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교사 고용부터 점심 메뉴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간섭하므로 교장의 업무는 종종 합의를 도출해내는데 그친다. 또 특수교육법상의 확실치 않은 규정을 물고 늘어져서 자기 아이에게만 추가 서비스를 받아내려는 영악한 학부모들을 상대하려면 신출내기 변호사처럼 연방 및 주법조문을 파고들어야 한다.
법률 지식과 비즈니스 감각을 갖추고 아동 및 아동발달, 성인 개발에 대한 지식에 통계학, 회계학에 어느정도의 테크놀로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 바로 요즘 교장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엔 안전까지 문제다. 널리 알려진 콜로라도의 콜럼바인고교 총격사건 같은 일 때문에 비밀경호원처럼 학교 카페테리아를 돌며 문제의 싹을 찾으려는 교장들도 한둘이 아니다. 콜럼바인 사건 당시 버몬트주 북부의 콜체스터고교 교장이었던 존 윌라드(52)는 5주동안 5건의 폭파위협을 받고 경찰과 함께 밤을 새워 학교를 구석구석 뒤졌었다. 두아이를 대학에 보내고 있는 윌라드는 연봉이 6만7000달러에서 5만3000달러로 적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작년에 12년동안 지키던 교장실을 떠나 수학교사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문제는 교장 부족 현상을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라는데 있다. 현재 전국의 공립학교 교장 12만명중 대부분은 1970년대에 교직생활을 시작한 이들로 그 중간연령이 50세쯤 되는데 5년내 은퇴자격이 생기는 사람이 많다. 교사들도 은퇴하는데 각 교육구마다 학급당 정원수가 주는 바람에 앞으로 10년동안 전국적으로 신교채용해야할 교사 숫자는 200만명을 헤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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