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 90도나 100도가 넘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샌퍼난도 밸리에서 유일하게 에어컨디션 장치가 없는 케스터 애비뉴 초등학교의 교장과 교사, 1,000여 학생들에게는 ‘50년만의 굿뉴스’가 전달됐다. 에어컨 없이 수업을 해야 했던 캠퍼스내 30여개 교실에 드디어 내년 6월까지는 중앙집중식 에어컨이 설치된다는 것이 그것.
이 학교 교사나 학생들은 더 이상 선풍기 앞을 줄지어 행진하지 않아도 되며 물수건만 가득찬 교실 냉장고가 필요없게 됐다. 다른 학교보다 더 일찍 파할 필요도 없고 학교 간호사는 뜨거운 날씨로 인해 코피가 터지거나 두통을 호소하는 어린이들로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됐다.
또 교사들은 각 책상마다 물통을 놓고 수업하거나 수업시간마다 스프레이를 학생들에게 뿌려줘야 하는 ‘피서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찜통 교실의 환기를 위해 다른 학교 교사보다 훨씬 일찍 출근할 필요도 없게 됐다.
케스터 애비뉴 초등학교가 덥기로 유명한 밸리에 소재하고 있으면서도 에어컨이 없는 이유는 이 학교의 건축양식이 기념비적이기 때문이다.
50년전 유명 건축가 리처드 뉴트라가 설계한 이 학교 캠퍼스는 목조지붕을 머리에 인 교실과 긴 복도가 시원한 패티오, 통풍이 잘 되게 고안된 고급스런 창문과 벽과 함께 돋보이는 단층건물과 오아시스 분위기의 코트야드로 되어 있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그 후 많은 학교들이 그의 설계를 본떠서 학교를 지었다.
밸리의 높은 기온을 감안해서 설계됐기 때문에 다른 건물보다 훨씬 시원하지만 최근 수년간 이 지역의 온도가 더욱 상승세를 기록하자 학교 관계자나 학부모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학생을 희생양으로 만들지 말라’며 에어컨 설치를 강력히 요구했다.
그렇지 않아도 LA교육구는 2년전 각 교실벽에 에어컨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의외로 반발이 거셌다. 건축 및 관련분야 전문가들은 "벽을 뚫고 에어컨을 달면 건물의 역사 문화적 특징이 파괴된다"며 반기를 들었던 것.
교육구는 학생들의 편의와 건축 사적지 보존이라는 문제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느라 다시 2년을 소비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 지난 7일 교육구는 벽대신 지붕에 에어컨을 설치하는데 29만4,000달러를 투입한다는 타협안을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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