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중앙대학교 간호학연구소(소장 정연강 교수) 주최로 “노인의료복지체계”에 대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의 참가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이제는 고국의 노인의료문제도 국가적 차원에서 효율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 몇 자 적어본다.

우리는 보통 65세가 넘은 사람을 노인이라고 규정한다. 대부분이 이 나이 가 되면 직장에서 은퇴하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허약해지기 시작한다. 은퇴는 사회적 지위의 상실을 의미한다. 그래서 노인은 고독해 진다. 더 나아가 한국처럼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사회에서 은퇴한 노인은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곤궁해진다. 그래서 경제적으로도 누구엔가 의존하지 않으면 안되게 된다.

전통사회에서는 노인이 권위를 가지고 있었으며 존경을 받았다. 가족과 사회가 노인의 경험과 지식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빠르게 변하는 산업사회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한국과 같이 효 사상을 중시해 온 사회에서는 노인들이 어느 정도의 자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늙은 부모를 잘 모시고 있는 자녀의 모습을 많이 볼 수가 있다.

한국도 이제는 노인인구가 전체의 7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가 되었다. 20년 후에는 그 비율이 지금의 선진국처럼 14퍼센트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반인들이 노인문제가 어떤 것인가를 제대로 인식하기 전에 고령사회가 된 것이다. 이번 대회는 한국에서의 노인문제도 전통적인 방법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잘 경각시켜 주었다.

필자는 이 대회에서 미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노인의료서비스는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의 주도로 제공되기보다는 관계하는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 제공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였다. 한국의 노인문제와 관련해서 이제는 전통적 방법을 벗어나 효를 행하는 데에는 형제 서열과 아들, 딸의 구분이 있어서는 안되며 노인문제는 관련된 사람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에도 근거한다.

결론적으로 노인 문제는 개인이나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문제이기 때문에 가족, 사회 그리고 정부가 하나가 되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여 주장하였다.
우리는 오래 사는 것과 물질적 풍요를 큰 축복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하는 나라에서 오히려 오래 사는 것이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노인문제를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라고 생각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성 전 (프린스턴 메디칼센터 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