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였던 세령은 훌륭한 크리스찬이었다. 매주 일요일이면 그는 검은 두루마기를 입고 마을에 있는 작은 장로교회로 갔다. 그 두루마기는 수년간 한 번도 세탁한 적이 없었다.
세령은 여러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수줍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친한 사람 몇 명과 있을 때는 수줍음이 사라지고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계속하며 사람들을 웃겼다. 자연스레 소규모의 청중들은 그의 이야기를 즐겼다.
교인들이 목수가 필요할 때는 항상 그를 불렀다. 그는 일해준 대가로 얼마를 달라고 요구하는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최선을 다해 일한 후 사람들이 그에게 주는 대로 돈을 받았다. 금액이 아무리 적어도 한 번도 불평한 적이 없었다.
세령은 아내, 딸과 함께 먼지투성이의 작은 창고처럼 보이는 집에서 살았다. 그의 아내는 마음씨는 좋았으나 살림하는 것은 형편없었다. 사실 한국 전체를 통틀어 그의 아내만큼 엉성한 여성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그들은 화평한 사람들이었다. 싸우거나 언쟁하는 소리를 이웃들이 들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낡은 집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즐거운 웃음뿐이었다.
그렇지만 세령과 같이 온순한 사람도 하나밖에 없는 딸이 스물한살이 되자 걱정되기 시작했다. 딸을 학교에 보내지 못했으므로 글을 읽지 못했다. 딸은 예쁘고 건강했으나 어머니를 닮아서 살림을 돌보는 솜씨는 없었다. 사실 집안일이라곤 밥하고 이웃 우물에서 물을 길어오는게 고작이었다.
세령은 딸이 좋은 남편을 만나기 어려울까 걱정했다.
어느날 세령에게 중매장이가 찾아왔다. 철도역에서 일하는 청년이 그의 딸과 결혼하고 싶어한다고 전해왔다. 세령은 그 청년을 한 번 보고 결정하겠으니 집으로 데려오라고 중매장이에게 말했다.
청년에 찾아왔을 때 세령은 몇가지 물어본 후 딸을 주기로 합의했다. 그는 이웃들에게 “청년이 괜찮았으므로 딸을 주었다”고 말했다.
몇주일 후 단촐한 결혼식이 있었고 청년은 세령의 딸을 집으로 데려갔다. 그는 신부가 아름다운 여인이었으므로 행복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아내의 외적 미모에 싫증난 그는 아내에게서 찾을 수 없는 지적 미모를 찾기 시작했다. 그는 점점 난폭해져갔다. 직장에서 돌아와 아주 사소한 구실로도 아내를 때렸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말 하지 않았다.
어느날 오후 일에서 돌아온 남편은 아무 이유 없이 그녀를 때리기 시작했고 집을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명령했다. 그녀는 남편에게 복종했다. 눈물을 글썽이며 그녀는 처음으로 부모 집으로 되돌아갔다.
부모에게 왜 왔는지 그녀가 설명하자 세령은 한숨짓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여기서 머물거라”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녀나 부모 모두, 그녀 남편에 대해서는 한마디 하지 않았다.
이 슬픈 소식이 순식간에 동네에 퍼졌다.
그녀가 집에 돌아온 지 몇주일 후 돈 많은 총각 장사꾼이 세령의 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세령을 찾아왔다. 그는 즉각 그녀와의 결혼을 청했고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겠노라고 약속했다.
수주일 후 많은 사람이 하객으로 초청된 가운데 성대한 결혼식이 있었다.
여인의 전 남편 또한 그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결혼식을 보려고 마을 동쪽에 있는 언덕에 올라갔다. 장미와 물망초로 장식된 호사스런 결혼식과 동네 큰길로의 행진을 지켜보며 그는 울었다. 그가 괴롭히고 내버렸던 여인이 다른 남자에게 공주 취급당하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수년간 동네 아낙들은 집에서 매일 우는 한 젊은이를 화제로 삼았다. 그를 불쌍히 여겼으나 그가 왜 우는지를 아무도 알아내려 하지 않았다.
자상한 마음을 가진 세령과 그의 아내는 또한 스스로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먼지쌓인 그들 집에서 평화롭게 계속 살아갔다.
필자는 서울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다른 학교에서는
독일어를 가르친바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했으며 1998년 5월 작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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