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년 일가족탈북 이용운씨 LA 형제, 자매 상봉
"형님 저희입니다" "네가 건일이냐, 네가 건삼이구나"
19일 LA공항 제4터미널의 아메리칸항공 대합실에서는 뒤늦은 이산가족 상봉 장면이 연출됐다. 97년 일가족 8명과 함께 압록강을 넘어 북한을 탈출해 화제가 됐던 이용운(65)씨가 탈북 3년만에 LA를 방문, 50년전 헤어졌던 남동생 이건일(57·LA), 이건삼(55·세리토스)씨와 막내여동생 이덕혜(50)씨, 이모 백홍삼(86)씨를 만난 것. 이들은 반세기 저편의 기억을 더듬는 듯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부둥켜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용운씨는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정착하느라, 미국에 있는 형제들은 삶에 바빠서 그동안 서로 전화통화로만 달래왔던 그리움이 단번에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이용운씨 가족의 극적인 탈북과정은 한국과 이곳 한인사회에서 숱한 화제를 낳아왔다. 6·25 전쟁통에 대동강을 넘어 피난길에 오르다 맏아들 용운씨와 헤어진 노모 백홍용(89)씨는 다른 자녀들과 함께 모두 미국에 이민온 뒤에도 홀로 북한에 떨어진 용운씨를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노심초사하다 97년 큰사위 이재학(65·글렌데일)씨와 도움으로 중국에 들어가 용운씨 일가족 9명을 모두 북한에서 탈출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들의 숨막히는 탈출과정은 그해 연말 한국의 TV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송돼 온국민의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탈북 직후 한국에서 꿈에도 그리던 노모와 상봉하고 바로 밑 여동생 덕화(61)씨와 만난 용운씨는 19일 다시 3년만에 미국에 와 나머지 동생들을 처음 만난데 대해 "그저 감격할 뿐"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평양 성화신학교 출신으로 기독교 신자인 용운씨는 "한국에서 교회와 주위분들의 도움을 크게 받으며 정착해 지금은 어렵지 않게 살고 있다"며 "이제 미국에 와 동생들을 만나니 더 이상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 뉴욕에 사는 신학교 동창생 김중현씨(대동면옥 대표)의 초청으로 10월초 처음 미국에 와 이날 아메리칸항공편으로 LA에 도착한 용운씨는 약 2주간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후 서울로 돌아갈 예정이다.
평양이 고향으로 국경 인근 양강도 혜산시에서 자재지도원으로 근무하던 용운씨는 수차례 중국을 드나들며 탈출 루트를 마련한 매제 재학씨의 도움으로 부인 이재관(61)씨, 장녀 애란(36)씨와 손자 고철혁(4)군, 장남 학철(34)·천정순(35)씨 내외와 손자 천(5)군, 차녀 미란(29)씨, 차남 문철(26)씨와 함께 북한을 빠져나와 97년 10월 한국에 입국하는데 성공했었다.
이씨의 조카 이혜리(35)씨는 외할머니 백홍룡씨의 인생역정을 바탕으로 한 ‘할머니가 있는 풍경’(Still Life With Rice)라는 영문소설로 데뷔, 미국문단의 주목을 받으며 화제가 된 주인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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