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문화 코드가 된 `엽기’의 사전적 의미는 `기괴한 것에 흥미를 느껴 좇아다니는 일’이다. 그러나 이제 엽기라는 단어는 `튄다’ 혹은 `죽인다’는 의미의 유행어가 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생활 곳곳에 엽기적인 요소가 스며 있기도 하다.
TV도 엽기로 물들고 있다. 이미 인터넷은 엽기에 점령당한지 오래다. 이젠 공중파 TV도 각종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을 통해 안방 곳곳에 엽기를 전파하고 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대표적인 `엽기 드라마’로는 KBS 1TV <좋은걸 어떡해>를 들 수 있다. 대강의 내용만 놓고 보면 딱히 엽기적이지 않다. 수경(정선경)과 석진(홍학표)은 사이가 좋지 않아 이혼했다. 여기에 장수(정보석)가 등장해 이혼녀 수경과 사랑에 빠져 재혼하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재혼한 수경은 석진의 아이를 임신 중이었고 석진은 이혼한 후에도 끈질기게 수경을 쫓아다니며 뱃속의 아이를 달라고 괴롭힌다. 극중 이들의 행동은 하나같이 상식을 초월하며 시청자들의 예상과는 전혀 동떨어진 엽기 그 자체로 흐르고 있다.
이를 놓고 KBS 인터넷 게시판(www.kbs.co.kr)의 <좋은걸 어떡해> 섹션은 난리다. 이들의 의견도 엽기적이다. 게시판에 오른 `코믹 감동극’이란 글을 읽고 많은 네티즌들은 “차라리 납량 특집극 혹은 사이코 드라마”라고 주장한다. 또한 수시로 이뤄지는 내용 변경을 놓고 `전세계 최강 엽기 코믹드라마’라는 의견을 올린 네티즌도 있다.
등장 인물의 캐릭터를 놓고도 말이 많다. 수경을 괴롭히는 의처증 환자 석진은 `슈퍼 울트라 사이코 스토커’ 로, 수경은 `결혼에 환장한 짜증 메이커’로 폄하하기도 한다.
결말도 대단하다. 결국 수경이 임신한 아이를 자연유산해 모든 긴장을 일시에 해소한다.
한가지 더 엽기적인 것은 `드라마가 좋다’는 의견이 거의 없는데도 평균 시청률이 30%를 웃돈다는 점이다.
MBC TV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좋은걸 어떡해>와 같은 시간대에 붙는 일일드라마 <온달 왕자들>에서 네 아들과 두 명의 어머니들이 펼치는 스토리가 만만찮다. 육순 노인이 30년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아이를 가지게 된 사연과 아이의 양육권을 놓고 벌이는 싸움 등이 주변에서는 흔히 찾을 수 없는 엽기적인 내용이다.
대표적인 오락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도 `국내 최초’ 코너를 마련해 엽기 마니아를 찾아간다. 자동차에 사람을 태워 한강에 빠뜨리기도 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엽기적인 재료를 모아 만든 음식을 시식하는 `천하일품 진미’ 코너를 더해 엽기를 전략화 하고 있다.
일선 PD들은 TV가 엽기의 길로 들어선 이유에 대해 `비디오와 인터넷의 등장’을 든다. 인터넷과 비디오를 통해 자극적인 내용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주철환 교수는 “각 매체마다 고유한 역할이 있다. 대중에게 무차별적으로 살포되는 전파매체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자극적인 소재 보다는 휴머니티에 바탕한 내용이 방송의 역할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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