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T, ‘소프트 랜딩인가, 또다른 위기인가’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빠른 속도의 회복세를 보였던 한국 경제가 내년에 또 한차례 체질검증을 받게 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주 한국 특집기사에서 내년 한국의 경제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이같은 우려를 현실화하지 않기 위해선 각 부문의 구조개혁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7%의 초고속 성장세를 보였던 한국경제는 올 하반기에 성장세가 6~7%로 둔화되는데 이어 내년 중에는 5~6% 성장도 위태로운 지경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예 4%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 90년대 한국 평균 성장률인 6.2%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한국 경제에 다시금 경제 불안의 우려를 불러일으킨 요인은 우선 국제 유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한국의 에너지 소비 가운데 97.1%를 수입에 의존했다는 점을 들며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부정적 요인으로 고유가를 꼽았다. 국제 원유가 28달러에서 38달러로 10달러 상승할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4%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인플레 압력도 한국 경제의 앞날을 뿌옇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1%에도 못 미쳤던 인플레율은 올해 적어도 두배 가량 치솟을 전망이며 내년에는 3~5%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 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하는 해외 수출에도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한국이 IMF 위기에서 소생한데는 사상 최장기 호황을 맞은 미국을 중심으로 대외 수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
특히 전자 제품의 수출액이 기계 및 철강제품·자동차·화학 등의 분야를 다 합한 것보다도 많은 460억달러에 달하면서 경제 살리기에 큰 몫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미 경기가 둔화되고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는 등 외부의 악재 요인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한국의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구조개혁이 지나치게 더디게 이뤄지면서 한국경제의 재기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들의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올들어 반토막난 주가가 이를 반영한다. 때문에 일부에선 올 상반기까지의 빠른 경기회복을 미국 경제라는 외부요인에서 비롯된 단순한 ‘행운’으로 치부하는 목소리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ABM암로은행의 키이스 냄 조사담당 수석에 따르면 지난 98년 중반 이후 올 상반기까지 한국 상장기업들은 55조원의 현금흐름을 확충해 이 가운데 22조원을 부채절감에 투입했지만 이로 인한 부채 감소비율은 전체의 11%에 불과하다. 그만큼 한국 기업들은 아직도 무거운 부채더미에 짓눌려 있다는 얘기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이처럼 악재가 줄줄이 잇따르는 상황에서는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기업들의 부담 요인을 억제할 수 있고 지난 97년 말 40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고가 지금은 900억달러 이상으로 확충돼 외환시장의 불안요인을 상쇄시킬 수 있다는 점도 경제를 뒷받침하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하지만 앞날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 원로 경제인의 말을 빌어 경제가 ‘자전거와 같다’고 지적한다. 바퀴가 빠르게 굴러갈 때는 문제가 없지만 속도를 늦추면 자전거 본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 한국 경제가 조금 페이스를 늦추는 데 그칠지, 근본부터 흔들릴지는 조만간 판가름이 날 것이라는 게 타임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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