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3사 가을 드라마 일제히 ‘출생의 비밀’ 화두삼아
2000년 가을 TV 드라마들은 `출생의 비밀’을 화두로 삼고 있다. KBS 2TV <가을 동화>, MBC TV <비밀>, SBS TV <덕이>. 공중파 3사가 모두 `출생에 얽힌 엇갈린 운명’이라는 같은 소재를 다루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고전적인 소재가 2000년에도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신데렐라’에 `최루탄’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캔디’를 좋아한다
일본 작가 미즈키 교코(50)의 원작을 바탕으로 여류 만화가 이가라시 유미코(49)가 창조해낸 만화 <캔디 캔디>. 갓난아기 때 버려진 고아로 그 출생이 늘 신비에 싸여 있는 인물 캔디. 가진 것 없고 예쁘지도 않지만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우는’ 건강하고 밝은 모습에 `왕자님급’의 남자들이 앞 다퉈 구애를 한다. 캔디는 또 하나의 신데렐라 콤플렉스인 것이다.
<가을동화>의 은서(송혜교)는 병원에서의 착오로 양부모의 밑에서 15세 때까지 자라다 뒤늦게 친엄마와 상봉, 양부모와 눈물의 생이별을 한다. 호텔 청소부지만 당당하게 사는 은서에게 대학 미술강사인 양오빠 준서(송승헌)와 호텔 사장인 태석(원빈)이 목을 매고 있다.
<비밀>의 희정(김하늘)은 아버지가 자신을 `데려다 키운 딸’이라고 속인 바람에 스스로를 천애고아라고 생각하며 자랐다. 동대문 시장에서 디자이너로 열심히 일하는 그의 곁에는 가게 사장 준호(류시원)와 어머니가 경영하는 회사의 사장 영민(김민종)이 있다.
<덕이>의 귀덕(김현주)은 자신이 빨치산의 딸인 줄 모른 채 귀진(강성연)과 이란성 쌍둥이로 자라난다. 동네 갑부집 아들 석만(김정민)과 어린 시절부터 돌보아준 건실한 청년 영국(김태우)이 약재상을 경영하는 그의 곁을 지킨다. 얼마전까지는 의대생 지석(박정철)까지 가세했었다.
▲보다 나은 나를 꿈꾸는 사람들
정신과 전문의 김창기 박사는 “누구나 한번쯤 자신은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니고 사실은 백조라고 생각하게 된다. 특히 청소년기에 그런 경향이 강한데, 부모가 마음에 안 들고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때 `실은 내가 주워온 자식이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고 했다.
현재 처한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누구나 탈출을 꿈꾼다. 점차 각박해지는 우리 사회에서 `또 다른 나’를 꿈꾸는 것은 비단 청소년에 국한된 일이 아닐 터. 그럴 때 `내가 만약 있는 집 자식이라면’이라 꿈꾸는 것은 어쩌면 가능성이 있어 보이기에 우리를 강하게 흡인한다.
▲비련의 여주인공
캔디를 동경하는 여성들은 극적인 삶을 꿈꾼다. 그런 이들에게 출생의 비밀만큼 드라마틱한 인생이 또 있을까. 여기에 가슴 찢어지는 사랑까지 가세한다면야 `금상첨화’.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눈물로 보내야 하는 비련의 여인 역시 평범함을 싫어하는 여성이 그려봤음직한 일이다. 은서, 희정, 귀덕 모두 가슴 찢어지는 사랑을 경험하고 있다.
출생의 비극과 가슴 절절한 사랑은 안방극장에 최루탄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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