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서깊은 ‘모하비 사막 십자가’ 철거 운명
참전용사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이 십자가는 지난 66년간 모진 풍상을 겪으면서도 모하비사막에 우뚝 서있었다.
제 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들이 만든 이 사막의 십자가는 그동안 수많은 폭풍속에서 넘어졌지만 그때마다 바로 세워졌다.
하지만 자연의 위력도 버텨낸 이 사막의 십자가도 법앞에서는 끝내 무릎을 꿇게 됐다.
이 법이란 바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 수정헌법 제 1조항.
국립공원 관리국은 "연방토지에 종교적 상징을 세우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선 미국민권자유연맹(ACLU)에 굴복, 이 십자가를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생각해볼 필요도 없는 명백한 위헌이다"
ACLU의 피터 엘리어스버그 변호사는 말한다.
ACLU는 연방토지에 종교적 상징을 세우는 것을 이번말고도 여러 차례 저지시켰었다.
하지만 이 십자가를 지켜온 사막 주거민들과 인근 바스토우에 있는 캘리포니아 재향군인센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단순한 종교적 상징의 차원을 넘어 애국심과 지역문화의 표상이다.
모하비 국립보호지역에 있는 높이 5피트의 이 십자가는 쇠파아프로 만들어져 있다.
베이커인근 15번 프리웨이 남쪽 시마 로드옆 바위산.
흰색 페인트가 칠해진 이 십자가는 사막의 황량한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바위산에 우뚝 서있다.
붉은 바위언덕과 조슈아 트리들이 독특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곳은 낮의 짙푸른 하늘과 해질녂의 불타는 황혼이 장관이다.
지역사정에 밝은 사람들에게 이 십자가는 전쟁의 공포를 이겨낸 군인들을 연상케 한다.
십자가는 이곳이 유럽의 참호와 중동의 사막구릉에서 전투를 벌인 미군들을 훈련시켰던 장소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이곳은 인근지역은 물론 멀리 라스베가스의 주민들이 부활절 미사를 드리는 장소로 때로는 피크닉 혹은 회합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십자가는 지금 커뮤니티의 상징처럼 됐지만 이것이 참전용사 및 재향군인들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국전당시 인근 포트 어윈에서 근무했고 지금은 주정부에서 운영하고 있고 바스토우 재향군인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빌 잭슨은 말한다.
해외참전용사협회회원들이 십자가를 세운 것은 지난 1934년.
십자가와 함께 세워졌던 추모사가 새겨진 동판은 사라졌고 해외참전용사들의 만남의 장소로 사용됐던 유개 화차도 없어진지 오래지만 십자가는 긴 세월을 살아 남았다.
광활한 사막의 주거민들은 십자가 밑에서 행하는 부활절 미사와 아침식사시간을 여전히 고대하고 있다.
"부활절 미사와 조찬모임에는 매년 40여명이 참석한다. 나는 시나몬롤을 만들고 어떤 사람은 머핀을 만들어 온다. 이날은 사막에 사는 다른 이웃들과 만날 수 있는 1년중 유일한 날이기도 하다"
57세의 완다 샌도스는 말한다.
하지만 이처럼 독특한 유래를 지닌 사막의 십자가도 지금은 정치적 소용돌이속에 종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막에 가서 ‘신은 죽었다’, 혹은 ‘부시에게 투표하자’라는 간판을 세우려 한다면 당국에서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십자가는 특정종교를 상징하는 것이고 이것을 연방토지에 세우는 것은 그 종교를 명백하게 지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다"
ACLU의 엘리어스버그 변호사는 주장한다.
이에 대해 국립공원 공원관리국 지역소장 존 레놀즈는 이렇게 말한다.
"수 개월내에 십자가는 철거될 것이다. 하지만 매우 심각한 반대여론이 일고 정치적 논란이 야기될 것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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