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은 그립다. 그러나 난 더이상 뛰지 않는다."
눈감고 달려도 밟을 수 있는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홀연히 사라졌던 NFL 초특급 쿼터백 배리 샌더스(전 디트로이트 라이언스)가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99년1월 아버지를 통해 "밑바닥을 헤매는 팀에서 뛰기 싫다"는 말을 남기고 잠적한 뒤 7월 은퇴를 선언한 샌더스는 14일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그동안 묻어둔 ‘풋볼과 나’를 털어놨다.
샌더스는 번개처럼 빠른 발과 촘촘한 수비전선의 빈 틈을 순식간에 찾아내 단숨에 후벼버리는 고감도 센스로 러닝백의 전설 월터 페이튼(지난해 작고)이 세운 NFL 통산 러싱야드 최고기록에 불과 1,458야드 못미치는 지점까지 달려간 사나이. 아무리 약팀에서 뛰더라도 1년남짓만 더 달리면 새역사를 창조할 수 있는 그에게, 더욱이 30대초반밖에 안되는 그에게 팬들은 그래서 무조건 복귀를 다그치는 한편으로 그 역시 기록의 유혹을 외면하지는 못하리란 기대섞인 전망을 부풀리곤 했다. 그러나 샌더스의 육성은 영 딴판이었다.
"사람들은 아직도 내가 풋볼을 다시 했으면 하고 바라는 것같아 분명히 밝혀둔다. 나는 2000년에도 안뛰고 그 뒤로도 내가 뛰는 모습을 보지 못할 것이다."
미리 지급받은 ‘품삯’ 반환을 둘러싸고 라이언스 구단과 재판까지 벌이는 등 감정이 극도로 뒤틀린 그는 "설사 구단이 나를 트레이드해준다 해도 ‘아마’ 나는 뛰지 않을 것"이라고 가로막을 친 뒤 "누구든 영원히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나는 내 인생의 우선순위를 다시 설정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러싱기록에 대해서도 그는 "98년 시즌이 끝난 뒤 난 그게 은퇴의 적기라고 느꼈다"고 ‘미련없음’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고는 "어느팀의 일원으로 뛰는 것은 신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난 그러지 않고도 살아나가는 법을 배웠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주말 디트로이트의 한 방송국 뉴스앵커와 결혼한 그는 요즘 여행과 골프를 즐기며 사업에 기웃거리기도 하는 등 풋볼 아닌 일로 시간을 때우고 있다고 자신의 근황을 전했다. 그러나 일부는 샌더스의 거듭된 ‘완전 은퇴’ 주장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3-4년은 거뜬히 뛸 수 있는 그가 언젠가는 기록정복을 위해 컴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웹사이트 성명’에서 그가 굳이 "아마도 안뛸 것"이라는 등 군데군데 ‘덜 굳은 단어’를 흘려놓은 것도 그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흔들린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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