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미국의 첫 백악관 주인 자리를 놓고 부시 공화당후보와 고어 민주당후보가 이전투구를 계속 벌이자 두 후보의 태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많은 언론들은 "정치인, 학자, 전문가들은 부시나 고어가 지난 7일 대선 후 보여준 언행으로 볼 때 아직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세가 안돼 있는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클린턴 대통령 안보담당보좌관을 지냈던 리온 파네타는 "두 후보 중 누가 미국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1차 시험이 지금 당장 진행되고 있다"며 "1차 테스트는 취임식 다음날이 아니다"고 말했다.
두 후보는 지난 15일 관저에서 회견을 통해 성조기를 배경으로 헌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자신의 주장이 정당함을 강조, 마치 대통령이 된 것과 같은 인상을 풍겼다. 그러나 비판가들은 부시나 고어 모두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확신시켜야 할 리더십과 초당적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법적 공방과 대국민홍보전을 펼쳤다고 말했다.
부시나 고어는 대선 전 자신들이 구축했던 이미지를 대선 후 법정공방전에서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후보들의 이런 행보는 선거 후 정치적·법적 논쟁에 휘말릴 것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즉 두 후보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에 관해 참고할 만한 지침이나 전례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지메이슨대학의 제임스 피트너 교수는 "갑자기 그들은 예상하지 못했던 압력에 놓이게 됐으나 바로 그게 대통령직의 본질"이라며 대통령으로서 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줘야 함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지난 7일 선거 당일 밤 오스틴과 내시빌에서 초조하게 개표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수천명의 지지자들에게 연설하지 않았다. 그들은 유리한 고지 선점을 위해 서로의 전략을 숨긴 채 법정소송과 비방전으로 나갔으며 나라를 이끌어나갈 생각은 않고 마치 기업 인수작전을 짜는 듯했다는 것이다.
프린스턴대학의 프레드 그린스타인 교수(정치학)는 "두 후보에겐 웅대한 정치인으로서 기질이 매우 미흡했다"며 "한 후보가 다른 후보에게 조용하면서도 정중하게 전화를 걸어 선거분쟁 해결방법에 합의하도록 노력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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