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육을 위해 아버지가 필요하다는 것보다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써 준비도 없었고 역할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아버지가 되었었다. 밤일을 마친 새벽아침에 애들을 등교시키고 퇴교후에는 아내에게 떠맡기고 직장으로 향하는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이제는 자신들을 지키고 부모에게 즐거움을 주는 전문직을 가진 사회인으로 성장한 그들을 바라보며 못다한 아버지의 역할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경직된 동양 도덕관에 집착되어 불완전할 수 밖에 없는 애들이 애같지 않기를 바라 무력하고 실수를 저지를 때 몰아부쳐 결과만 좋으면 최선으로 생각했었다. 삶의 가치가 받을 수 있는 것보다 줄 수 있는 능력 여부에 있고, 학교 교육목적 중 하나가 그것을 성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있을진대 내 분신일 뿐 소유물이 될 수 없는 자식들을 교육의 결과로 자신들은 물론 부모에게도 물질적으로 불편 없이 살 수 있게 될 수 있다는 제한적 목적에 눈이 어두웠고, 애들과 같이 했어야 할 많은 시간을 돈 버는 일에 쏟아부어 그들의 정서발육에 도움을 주지 못했던 아버지였다.

개성을 죽이는 학교의 주입식 획일적 교육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독립된 의식 속에 사색의 범위를 넓혀 소화된 지식 바탕에서 사회에 봉사하는 정신과 능력을 함께 키우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미 그들이 나의 품을 떠난 뒤의 일이었다.

지난 날이 후회스럽고 성장한 자식들이 사회인으로 간혹 부족함이 보일 때 다시 한번 아버지가 되었으면 하는 꿈을 꾸어본다. 여가선용을 위해 스포츠를 즐기며 틈틈히 큰 경기를 참관하게 함은 자기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건전한 정신과 스스로 발전할 수 있다는 육체적 능력 확신의 소유자는 좋은 친구와 이웃에게 거부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전을 포함한 유명인물들의 책을 찾아 읽게하여 사물을 편견없이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을 키우고 주말이면 명사들의 강연이나 연구회, 전시회 등 함께 참석하는 기회를 가져 시청각을 통한 체험으로 생활의 지혜와 유머감각을 얻으며 예술에 심취되고 창의성을 개발함으로써 그들의 재능이 고갈될 수 없을 것으로 믿는다.

방학을 이용해 인류가 남긴 문명과 고적을 답사하여 역사의식을 갖게 하고 명승지를 찾아 여행을 즐김으로써 자연을 아끼는 마음과 탐험심을 심어줄 것이다. 이 모두는 길지 않은 인생을 보람있게 살아야 할 넓은 지구촌으로 자식들을 인도하는데 아버지는 없어서는 안될 훌륭한 ‘안내자’이기 때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