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경우가 있다. 그것이 감정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진짜 살인으로 이어진다면 일종의 ‘질환’이 된다.
브렛 이스턴 엘리스의 ‘아메리칸 사이코’는 소설로 출간된 후 10년간, 그리고 그것을 메리 해론 감독이 영화로 옮긴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두번이나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다.
’막가파’ 식의 살해가 아니다. 연쇄살인이 어린 시절의 어떤 상처와 연관된 것도 아니다.
풍족한 물질의 세례를 받은 잘 나가는 펀드 매니저에게 세상은 그야말로 ‘살인유희의 장’ 일 뿐이다. 물질 풍족의 시대에 악마는 습한 음지가 아니라 양지에 서식하고 있다는 말로도 들린다.
하버드 MBA 출신, 27세, 군더더기 없는 몸매, 아르마니나 베르사체를 즐겨 입으며, 필 콜린스의 음반 역사를 줄줄 꿰는 박식함까지. 패트릭 베이트는 이런 사람이다.
자기보다 멋진 명함을 가졌다는 다소 황당한 이유로 동료를 난도질하는 것으로 시작한 그의 살인 유희는 부랑아, 창녀로 대상을 늘려간다. 끔찍한 살인도 그의 품위를 손상하지 않아야 한다. 고급 카페트에 피를 묻히면 안되고 경쾌한 음악도 깔려야 한다.
악마가 서식할 토양은 무관심 혹은 피상적 관심이다. 시체를 들고 나가는 그를 발견한 동료가 이상스럽게 쳐다보며 "그게 뭐야?" 라고 묻는다. 그는 답한다. "장 폴 고티에(세계적 패션디자이너의 이름으로 영화에서는 커다란 백의 상표)"
영화는 살인의 끝을 "과연 이것이 현실인가 꿈인가" 하는 모호한 결말로 맺는다. 결말이 어떻든 ‘아메리칸 사이코’는 내면이 투시되지 않는 고급 ‘연쇄살인범’의 새로운 전형 만들어냈다.
주연을 맡은 크리스천 베일은 ‘태양의 제국’ ‘벨벳 골드마인’ ‘샤프트’ 에서 보다 더 눈부신 연기를 보여준다. 무대 연출가처럼 계획적이며, 발레리나처럼 우아한 그의 몸놀림이 번뜩이는 도끼날 보다 더 강한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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