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밀레니엄을 맞은 흥분의 기억들이 채 가시기도 전에 벌써 또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새 천년에 대한 기대 만큼이나 다사다난했던 2000년. 지난 한해 LA한인사회를 기쁨과 흥분, 한숨과 슬픔으로 장식했던 격동의 뉴스들을 정리하고 희망찬 21세기를 기약해 보는 ‘파노라마 2000’시리즈를 연재한다.
(1) 역사적 남북정상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지난 6월13일 오전(한국시간). 남북의 정상들이 두 손을 굳게 맞잡았다. 대결과 갈등으로 점철됐던 반세기 단절의 역사를 뒤로 하고 화해와 평화의 21세기를 예고하는 감격의 사건이었다. 본국 국민들은 물론 한국서 위성수신되는 생생한 화면을 통해 역사의 현장을 지켜본 LA한인들은 오랜만에 다시만난 지기처럼 환담을 나누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습을 통해 성급하나마 잠시 통일의 꿈을 그려보기도 했다.
사흘동안 계속된 남북정상회담의 순간순간들이 TV와 라디오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지면서 LA한인사회에도 이른바 ‘김정일 신드롬’이 나타났다. 과격하고 다혈질인 독재자로 알려졌던 김 위원장이 유연한 매너와 청산유수와 같은 화술로 김 대통령과의 대화를 풀어가는 모습은 많은 한인들에게 쇼크로 와닿았다. 특히 두정상이 이산가족상봉등 4개항의 현안에 합의했다는 공동발표문이 나온 뒤에는 반세기전 헤어졌던 북한의 가족들과 재회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LA지역 실향민들은 ‘죽기전에 고향땅을 다시 밟을 수 있게 됐다’며 기대에 부풀었다.
비록 1,2차 상봉대상에서 해외동포가 제외되는 설움을 겪어야 했지만 노스리지에 사는 신문재(50)씨가 지난달 30일 북측 교환방문단의 일원으로 서울에온 아버지와 50년만에 상봉하는 기쁨을 누렸고 과거 제각기 이산가족상봉사업을 벌였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이북오도민연합회는 LA평통협의회와 힘을 모아 미주이산가족들을 위한 독자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나섰다. 또 LA한인회가 범민련등 친북단체들과 8·15광복 55주년기념행사를 공동주최한 것도 남북정상회담 이후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미북관계도 급속도로 개선됐다. 10월10일에는 김 위원장에 이어 실질적 군부 2인자로 통하는 조명록 국방위 제1 부위원장(차수)이 북한관리로는 처음으로 백악관을 예방했다. 이후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으로 미북관계는 급진전,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 및 수출중단, 테러국 지정과 경제제재조치 해제등 지난 94년 제네바회담에서 타결된 기본합의서 내용을 이행하는 수준으로까지 대화가 발전됐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이후 이산가족상봉과 미북 관계 정상화등은 2000년 한해동안 LA한인사회를 흥분과 기대감에 설레이게 만들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