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일기예보에 유난히 신경을 쓰는 날은 입학시험 날이다. 날씨가 푸근하다가도 입시날만 되면 강추위가 몰아닥쳐 수험생들을 꽁꽁 얼어붙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람들이 그날 날씨에 너무 민감하다보니 더 춥게 느끼는 것일테지만 어쨌든 “입시날은 춥다”는 것이 한국사람들 뇌리에 박힌 인상이다.
미국에도 그런 날이 있다. 이날만은 하늘이 좀 도와줬으면 하는데 마음대로 안되는 날이 있다. 바로 대통령 취임식날이다. 국가가 새 지도자를 맞는 경사스런 날, 화창한 날씨로 하늘의 부조를 받았으면 하는 것이 전국민의 마음일텐데 왠지 일기가 사나워 골탕을 먹은 대통령이 한두명이 아니다.
미국의 대통령 취임식날은 원래 3월4일이었다. 그런데 현역대통령이 낙선을 하는 경우 11월 선거가 끝나고 후임자가 취임하기까지 무려 4개월간의 정권공백현상이 생긴다는 지적에 따라 1월로 앞당긴 것이다. 1월 중에서 굳이 ‘20일’로 날짜가 잡힌 것은 그날이 1월중 날씨가 좋을 확률이 가장 높다는 기상청의 추천 때문. 취임식날을 바꾸기로 방침이 정해진후 기상청 직원들은 역대 일기기록을 샅샅이 뒤져 1월중 가장 맑고 따뜻했던 날이 20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때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재임시기여서 루즈벨트는 3월 취임식을 한 마지막 대통령이자 1월 취임식을 한 최초의 대통령이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3월이건 1월이건 대통령 취임식날만 되면 곧잘 날씨가 심술을 부린다는 것이다. 1월 취임식이 처음 거행된 1937년만해도 워싱턴에 때아닌 폭우가 쏟아져서 1.77인치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보좌관들이 당황해 옥내 취임식을 건의했지만 루즈벨트는 옥외 행사를 강행했다.
루즈벨트이후 취임식날의 일기불순으로 혼이 난 대표적 케이스는 존 F. 케네디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1961년 케네디대통령 취임식때는 눈보라가 휘몰아쳐 눈이 8인치나 쌓이고 기온이 뚝 떨어져 사방이 꽁꽁 얼어붙었다.
1985년 레이건대통령의 두번째 취임식날은 미국 역사상 가장 추웠던 대통령 취임식날. 기온이 화씨 7도까지 내려가 취임식장이 연방의회 건물 안으로 바뀌고 축하 퍼레이드등 모든 옥외행사가 취소되었다.
취임식이 ‘비극의 날’이 된 케이스도 없지 않다. 1841년 윌리엄 헨리 해리슨대통령은 살을 에는 혹한의 날씨에 외투와 모자도 착용하지 않고 1시간40분간 취임연설을 한후 감기에 걸렸는 데 감기가 폐렴으로 악화, 취임 1개월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번 주말 조지 W. 부시 대통령취임식날은 약간 흐린 날씨에 기온은 42도 정도 될것이라는 일기예보다. 부시는 취임연설에서 선거전으로 분열된 감정을 접고 화합할 것을 호소할 예정이라는데 푸근한 날씨가 ‘화합’에 한몫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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