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시각
▶ 폴 지고 (월스트릿 저널지 기고)
이건 아무도 기대치 못했던 이혼이다.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힐러리가 빌 클린턴과 이별할 것이라는 게 보통의 생각이었다. 그게 아니다. 민주당이 클린턴과 이혼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혼의 사유는 단지 클린턴이 임기 마지막 날에 한 사면만으로 볼 수 없다. 물론 이도 이혼의 원인이 되겠지만 더 깊은 사연이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패배한 이유를 민주당은 뒤늦게 확실히 깨닫게 돼서다. 빌과 힐러리 클린턴과 연계된 죄로 민주당은 도덕적 권위가 상실한 정당으로 인식된 게 대선의 패인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게 된 것이다.
이렇게 깨닫게 되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민주당은 플로리다 재개표 사태에서 그들의 분노를 달랬다. 그러나 클린턴 냄새가 물씬 나는 싸구려 사면조치와 함께 민주당은 쓰디쓴 진실에 직면케 됐다. 8년 동안 혹사당하면서도 충실한 배우자 노릇을 해온 민주당이 마침내 방탕아 남편을 내쫓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카터 행정부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해밀턴 조단은 클린턴 부부를 서슴없이 ‘야바위꾼’이라고 부른다. 카터 전 대통령은 클린턴의 불명예스런 사면조치는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현금과 맞바꾼 것과 진배없다고 비난한다. 클린턴의 공식만찬에 참석해 왔던 진보파 논객들도 마치 클린턴 공격에 앞장선 보수 논객과 방불한 논조를 펴고 있다. 클린턴의 처남인 휴 로드햄이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면서 마약 딜러의 사면을 추진했다는 보도가 나오기 전에 이미 나타난 현상이다.
앨 고어도 클린턴과 결별을 선언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이야기를 고어의 측근은 공개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대선 후 고어가 클린턴과 선거 패배의 책임을 놓고 크게 다투었다는 소문이다. 고어측은 클린턴의 잇단 스캔들을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보고 클린턴을 비난, 두 사람이 한바탕 다투었다는 소문이 워싱턴 정가에 자자했었다.
민주당원들은 사적인 모임에서나 중얼거리던 이야기를 이제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 민주당원은 옳고 그른 것조차 구분 못하는 사람들로 인식된 게 바로 클린턴을 감싸고돌았기 때문이라는 사실 말이다. 민주당은 진작 클린턴과의 이혼 수속을 밟아야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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