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44)씨는 패사디나와 우드랜드 힐스에서 대형 일식당 ‘가부끼(KABUKI)’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의 대부분은 지역 주민인 백인들로 91년 패사디나점을 일본인으로부터 인수한 후 매상을 5배까지 끌어 올렸고 지난해에는 우드랜드 힐스점도 열었다. 오는 5월에는 LA국제공항(LAX) 인근에 세워지는 첨단 샤핑몰 하워드 휴즈센터의 프로미네이드에 3호점을 오픈한다.

이 몰에는 프레고, 아일랜드, 자니 로케츠, 스타벅스등 크레딧이 좋은 대형 체인점만 받아 들여 가부끼의 ‘입성’은 주류사회에서 이미 성가를 인정받았음을 뜻한다. 영화배우 존 트라볼타등도 단골인 가부끼는 패사디나 위클리, 아케디아 위클리등 지역 신문으로부터 수 년째 최고 일식당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경훈 사장으로부터 주류사회에 우뚝 선 노하우를 들어본다.


식당에 첨단시스템 도입

식당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레스토랑 컨벤션 등에 꾸준히 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고 3년여간의 준비 끝에 지난해 컴퓨터 터치 스크린을 이용한 POS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미 대형식당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종업원이 손님의 주문을 받고 카운터에서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통해 입력하면 주방에서 모든 정보가 프린트 된다. 따라서 웨이트리스들이 주방을 출입하는 횟수와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주문내용이 요리사와 계산서에 신속하게 전달된다. 까다로운 백인손님들에게 컴퓨터로 깔끔하게 작성된 계산서는 신뢰감과 정확성면에서 점수를 딴다.


고정관점 파괴와 철저한 미국화

가부끼에 들어서면 일식당 이라는 분위기가 좀체 나질 않는다. 흔히 창호지와 기모노 그림에 꽉 막힌 전통적인 구조를 갖춘 일식당은 주류사회 식당의 공간배치와는 맞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렸다. 메탈과 스톤을 기본으로 한 실내장식에다 조명과 악세서리를 현대식으로 바꾸고 막힌 외관도 뚫어 넓은 유리로 전망을 시원하게 바꿨다. 일본 음식을 판매한다고 해서 일본식 인테리어를 고집하던 시대는 지났다. 일본에서도 전통 식당들이 현대적인 인테리어로 돌아서는 추세인 것이다. 건축업자 선정도 유니버살 시티웍의 식당과 유명 체인 레스토랑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를 고용, 미국인들의 취향과 분위기에 맞췄다.


가격 현실화

흔히 스시를 위주로 하는 일식당은 비싸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고객층이 제한되게 마련인데 한 오더에 4∼5달러씩 하던 스시를 2∼3달러선으로 낮춰 고객 수를 늘렸다. 메뉴당 마진이 줄었지만 전체 매출 증가를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수익률이 올라간 셈이다. 가격 현실화는 컴퓨터 데이터 베이스를 이용한 원가와 인건비 분석, 대량구입등을 뒷받침으로 이뤄졌다.


끊임없는 기술 개발

지나치게 전통적 메뉴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미국인 입맛에 맞게 동서양을 접목한 퓨전(Fusion)스타일의 메뉴를 계속 개발하고 있다. 메인 메뉴는 물론 에피타이저와 디저트에도 새 메뉴를 적용하고 음식의 맛과 스타일을 동시에 개발하도록 노력했다.


고객의 취향 존중

백인들은 음식의 재료중 일부는 빼고 일부는 더 넣고 하는 등의 주문이 많다. 고객의 입맛과 취향을 배려해 주문과 요리과정에서 융통성을 최대한 늘렸다. 이제는 미국인들도 스시 맛을 동양인 못지 않게 섬세하게 구별하고 있다. 미국인을 상대로 한 식당운영은 장기적인 계획의 뒷받침 하에 정확한 업소운영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