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 배수 파이프가 샙니다. 고치는데 얼마나 듭니까"

"간단하면 100달러쯤 합니다"

"지금 금방 고쳐야 하는데..."

"지금은 안되고 내일 아침에나 갈 수 있는데요"

수년 전 싱크대 배수관이 터져 곤혹을 치렀던 세리토스의 윤혁(38)씨는 그때부터 웬만한 집수리는 직접 한다. 빠듯한 살림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던 윤씨에게는 집 수리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 요즘은 간단한 풀러밍부터 아이들 방 페인트까지 자신의 손으로 집 고치는 재미가 붙어 김씨의 주말 취미가 돼버렸다.

최근 들어 전문가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주택수리(Do It Yourself)에 나서는 한인들이 늘고 있다. 못질 한번 제대로 못했던 김씨처럼 배워가며 작은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한인들이 많아진 것이다. 집을 고쳐놓고 자랑삼아 친구들을 초대하는 사람들도 있고 고교 동창 또는 직장동료끼리 돌아가며 집수리를 도와주는 사례도 적지 않다. 수도꼭지 바꾸기 정도의 간단한 수리를 시작으로 자신감이 붙으면 카핏이나 마루 깔기 등 전문가 수준 못지 않은 솜씨를 발휘하지만 섣불리 손을 댔다가 더 큰돈이 들어가는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내 집을 직접 수리하기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우선 적당한 장비를 갖춰야 하는데 배수관 하나 고치자고 파이프 랜치, 스패너, 그램프 등의 장비를 몽땅 구입하자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고 설명서를 들여다보고 작업하는 시간까지 계산한다면 차라리 전문가들에게 의뢰하는 편이 훨씬 편하고 간단하다. 하지만 일단 장비를 마련하면 다음에 발생하는 비슷한 문제는 큰 부담 없이 재료비만(최고품 싱크대 배수관은 20달러선)으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내 손으로 고쳤다는 성취감도 높다. 아예 재미가 붙어 주말이면 홈디포 등 건축용품 소매점을 찾아가 이것저것 물건을 구입하다가 "필요 없는 물건까지 사온다"며 부인의 핀잔을 듣는 한인 남성들도 있다.

내 집 고치기에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는 않다. 건축용품 유통 전국 체인점인 홈디포는 물론이고 피코장비 같은 타운업소를 찾아 문의하면 수리에 필요한 재료와 방법을 자세히 들을 수 있다. 또 목공용 선반, 타일 컷터, 스프레이, 소형 굴착기 등등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고가의 장비가 필요해도 큰돈 들이지 않고 쉽게 대여해 사용할 수 있는 곳들이 많다.

살던 집을 직접 수리해 팔고 타주로 이주한 김영기(42)씨의 케이스. 아이들 방 페인트를 하다가 내친김에 전문가용 분무기(spray)를 빌려다가 집 전체를 페인트 했다. 목욕용 배스탑과 벽면 타일, 부엌의 찬장까지 새것을 갈아 전문가 못지 않은 솜씨를 발휘했지만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배스탑을 잘못 골라 2번씩이나 교환했다. 좁은 문으로 배스탑을 넣지 못해 아예 벽을 뚫기도 했다. 사다리서 미끄러져 페인트를 몽땅 뒤집어쓰는 곤혹도 당했고 고친 줄만 알았던 수도 파이프에서 밤새 물이 새어나와 집안이 온통 물 천지가 된 적도 있었다.

밸리에 거주하는 김모(여)씨는 곧 태어날 2세를 위해 먼지 나는 카핏 대신 마루를 깔겠다며 팔 걷고 나선 경우. 접착제를 너무 많이 발라 마루를 밟을 때마다 밀려나오는 끈끈한 접착제를 닦아내느라 곤혹을 치렀지만 이제는 전문가 못지 않은 실력으로 이웃들의 마루 까는 일까지 거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