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침체되는 속에서 새로운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지 3개월 째를 맞은 가운데 국내적 경기침체와 부시 행정부의 대외강경책은 공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다.
두 사안은 직접적으로 연관된 함수관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는 미국민들이 주가 상승에 따른 ‘부의 팽창효과’(Wealth Effect)를 누렸기 때문에 정부의 대외 정책을 두고 보이는 저항이나 반대가 상대적으로 훨씬 약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내 재산이 늘어나는데, 전투기 몇 대쯤 떨어지면 어떻고 미사일 몇 발쯤 날아가면 어떠냐 하는 심리가 있었다. 여기에 한 명의 전사자도 내지 않고 미군이 코소보 개입에 성공하지 않았느냐 하는 안도감도 있었다.
’돈의 힘’. 바로 지난해까지 미국이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주도한 원동력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바로 이것이다. 국가파산에 빠진 러시아를 몇 백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그것도 국제기구를 통해 지원함으로써 세계 최강 핵국가의 발목을 죄었다. 불과 수 년 전 한국도 혹독히 경험했던 아시아 위기 때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을 앞세워 미국식 자본주의를 전파했다.
그런데 금년에 출범한 새 공화당 정부는 유가증권의 가치가 반감하고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마당에도 강력한 대외강경책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해외 개입에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는데 대해 미국인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비판적 무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해외에서도 벌써부터 유럽 국가들은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를 확인함으로써 은근히 부시 행정부의 강경책을 견제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 내에서도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 심각한 견해차가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보수파 스스로가 볼 때도 새 행정부의 보수성이 충격적이라는 평판을 듣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요소 요소에 포진한 보수파들은 여전히 불투명한 미국의 경제적 장래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집권초기부터 국가미사일 방위체계(NMD)를 추진하고 이라크에 대한 폭격을 단행하는 등 전행정부와 명쾌한 차이를 보이는 대외강경책을 구사하고 있다.
부시행정부는 지난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인됐듯이 북한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는데 있어서도 거리낌이 없어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미국 역시 국내적 경제 상황과 정부의 외교 정책이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구도 아래서 볼 때 전통적으로 공화당 보수정권의 군비증강과 대외강경책이 불황기에 나오곤 했다는 점은 특히 눈길을 끈다. 레이건 행정부의 스타워즈 계획도 경제 침체기에 추진됐고, 이번 부시 행정부의 NMD 계획 추진도 공교롭게도 증시 침체와 맥을 같이한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지만 평화시에는 준휴업 상태에 있는 군수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미국은 끊임없이 국제분쟁에 개입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그러자면 해외 분쟁국의 막대한 군수물자 구입이 있거나, 국민들의 막대한 세금이 국방비 증액에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만 10년 간의 최장기 호황이라는 혜택을 구가했던 클린턴 행정부도 대외정책에서만큼은 역대 공화당 행정부에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동유럽으로 확대하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및 수단의 테러세력에 대해 과감하게 보복 공격을 가하고, 북한의 미사일 계획을 저지했다.
문제는 경제에 있다. 경제를 살리지 않는 한 부시행정부의 대외정책이 국내외의 큰 지지를 받기 어렵다. 9년 전 대선에서 걸프전 승리를 내세운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경제를 제일 이슈로 내건 클린턴 후보에게 패배한 경험은 아들 대에서도 잊기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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