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서울에서 있을 때 일이다. 매일 몇 개의 육교를 오르내리며 출퇴근하려면 육교계단 가운데는 너무 달아 움푹 파져 있었다. 작은 일로 나라에 충성(?)하는 마음으로 나는 꼭 계단 옆으로 오르내렸으며 직장 동료들에게까지 권장했던 기억이 새롭다.
지난 주말에는 버듀고에 있는 데스칸소 가든을 찾아 모처럼 봄 향기를 만끽하였다. 마침 야외 잔디 위에서 정원수 전정법 클래스가 있어 아내와 같이 참석하여 듣게 되었다. 강의시간이 시작된 후부터 내리던 이슬비가 가랑비가 되어가면서 제법 옷을 차갑게 적시어서 아내에게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졸랐더니 모임 중간에서 일어서는 것이 결코 예의가 아니며 한국사람은 우리뿐인 것 같은데 특별히 눈에 뜨인다고 거절해서 차가운 봄비를 촉촉이 맞으며 이제 나이 많은 연인 우리 내외의 데이트를 즐기게 된 셈이다.
내가 일하는 병원의 방사선 동위 원소 부서는 특별히 암환자들이 대부분이다. 힘들고 지친 치료를 받으면서도 대기실에서 어떤 환자는 성경을 읽으면서 혹은 환자 보호자가 옆에서 읽어주는 정겨운 진지한 소망의 모습은 내게 큰 감동을 준다. 오늘도 나의 억센 영어 발음과 거친 목소리로 환자들에게 혹시라도 거북스럽고 불친절하게 대하지나 않았는지 되돌아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에 충실하며 후회 없는 하루를 보냈는지 깊이 자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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