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유층 우등생들에 재정 지원 줄 이어 저소득층 신입생들 상대적으로 불리
장학금지급 기준이 경제적 필요에서 성적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해 학교의 평판을 높이고, 서열을 끌어올리려는 대학당국의 철저한 계산속 때문에 경제적으로 곤궁한 처지에 놓인 학생들의 학비조달 창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장학금을 앞세워 우수 학생을 확보하려는 일부 사립대의 노력이 본격화되자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사립대는 물론 이들에 비해 재정형편이 크게 떨어지는 주립대학들 까지 A급 학생들이 선점에 나서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성적과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처지는 학생들에 대한 배려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한 예로 뉴욕시의 명문고 스펜서 스쿨의 우등생인 줄리 멀리건은 졸업을 앞두고 5개의 명문대학들로부터 입학허가와 함께 푸짐한 장학금 제의를 받았다. 이중에는 연 1만달러의 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휴스턴의 라이스대학과 연 2만5,000달러를 제시한 뉴올리언스의 튤레인대학도 끼어 있다. 전과목 A에 1520점의 SAT 성적을 올린 줄리의 아버지는 맨하턴의 잘 나가는 변호사. 가계소득으로 따진다면 대학당국이 경제형편을 고려해 지급하는 재정지원을 받을 자격조차 없다.
그러나 장학금지급기준이 ‘경제적 필요’에서 ‘성적’으로 바뀐 탓에 이른바 스타급 학생들은 가정형편에 관계없이 엄청난 액수의 ‘몸값’을 거머쥘 수 있게 됐다.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장학금도 점차 신청자들의 성적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91년까지만 해도 ‘성적’과 ‘필요’에 따른 지급비율이 20%:80%였으나 200년에는 42%:58%로 격차가 줄어들었다.
대학 관계자들은 장학기금의 대부분이 학교발전을 위해 개인 독지가들이 기부한 기부금이기 때문에 이를 학생들의 경제적 필요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자선사업 식으로 배분하는 것은 타당치 못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일부의 우려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장학금을 앞세운 대학의 우수학생 유치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학생 수에 대비한 장학기금 규모면에서 전국대학들 가운데 1위를 기록중인 명문 프린스턴 대학은 지난 2월 장학금 지급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학비융자 의무화조항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학비융자가 필요 없는 학생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프린스턴이 치고 나오자 하버드, 예일, MIT 등 명문사립들이 행여 질세라 유사한 조치를 내놓았다.
교육전문가들은 성적우선의 장학금지급 기준이 확산될 경우 대학의 다양성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소득 가정에 속한 학생들과 윤택한 가정 출신자들의 학내 구성비에 변화가 오는 것은 물론 학생유치경쟁에 뛰어들 재정능력이 없는 영세한 대학들이 아예 문을 닫는 사태까지 예상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교수의 봉급인상과 시설보수에 필요한 자금이 우수학생 유치금으로 들어가는 등 장기적으로 학교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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