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집에는 일주일에 세번 꼬마손님이 방문한다. 그의 이름은 케빈이고 나이는 21개월이다. 그를 데려오는 미숙씨는 아이 넷을 가진 주부다. 18세인 큰 아들은 공군에 나가있고 딸 셋을 키우며 다른 집 아이들 3명을 돌보고 있다.
두달전쯤 신문에 났던 공영씨의 아이들이다. 유방암으로 죽음을 앞두고 어린 3남매를 돌봐줄 자원봉사자를 찾는 기사가 났었다. 그 기사를 읽고 미숙씨가 그 일을 자청하여 3남매를 모두 자기 집으로 이주시키고 학교까지 전학시켰다. 나 역시 신문을 통해 공씨를 만났고 미숙씨까지 알게 되었다.
마침 같은 동네에 살고있는 그녀를 만나서 내가 무엇을 도울 수 있을지를 의논했을 때 5명의 아이들이 방과후 숙제와 공부를 하는데 Mrs. 공의 막내아들인 케빈을 보는 일이 제일 어렵다고 했다. 아이들이 공부시간에 귀여운 방해꾼 노릇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파트타임으로 케빈을 보게 됐고 그녀와 자주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힘든 일을 하는 와중에 그녀는 또 다른 어느 인도가정의 3자녀를 방과후 픽업해 주고 있었다. 그것도 학교근처인 세리토스가 아닌 라미라다까지. 사정이 딱한 일하는 엄마를 외면할 수가 없다고 했다. 8명의 아이들을 픽업하고 아이들 클래스마다 다 돌아가며 자원봉사자로 쉬지 않고 일한다.
케빈은 데리고 올 때마다 그녀의 걸음걸이가 언제나 종종걸음인 이유를 난 나중에야 이해하게 됐다. 내 자식 하나, 둘도 키우기 힘들다는 세상에 그녀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걸까? “어려울 때 같이 돕고 살아야죠” 라며 덤덤히 말하는 그녀는 하나님께 받은 은혜가 많아서 갚아야 된다고 했다. 우리 한국사람들은 자원봉사 하는 일에 익숙지가 않다. 그런 문화속에서 자라지 못했음을 부끄러워하면서도 개선하려는 노력에는 인색한 내 자신을 돌아보았다.
미숙씨를 만나며 난 많은 반성과 도전을 받았다. 생활속에서 믿음을 실천하는 그녀는 분명 아름다운 사람이다. 어려운 이웃을 돌본다는 것, 거기에는 분명히 자신의 수고와 희생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통해 얼마나 많은 것을 얻는지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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