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시터 집에서 본 일이다. 생후 6개월 된 아기가 잠에서 깨어나면서 울면 2살 반 짜리가 이모에게 달려가서 아기가 깼다고 알린다. 두 살 반짜리 아기가 동생을 보살피는 정경이란 나 혼자만 보기는 아깝다. 아기 보는 사람인 아기의 이모가 “하던 일 조금 더 하다가 갈께”라고 하면 “No, Patty(이모 이름)”라며 패티의 다리를 긁으면서 빨리 아기 보살피라고 성화다. 라틴민족은 무엇이든지 급한 일이 없고 하던 일 끝날 때까지 아기가 울어도 그냥 내버려둔다.
한인 엄마들은 호들갑을 떨면서 달려간다. 아기는 울어도 조금 작게 울고, 또 쉬었다 다시 조금 운다. 아주 작은 아기도 여유를 갖고 인내심을 보이는 것 같다. 한인 아기는 좋은 말로 우렁차고 줄기차게, 내 표현으론 극성스럽게 울어댄다. 패티가 기저귀 갈아주고 아기 우유 먹이면 두 살 반짜리 언니는 너무 좋아하고 아기 우유 먹는 것 계속 지켜보고 있다가 아기가 우유 조금 남기면 다시 먹여보라고 이모를 보챈다. 다시, 왜 시도해보지 않느냐고 애석해하는 얼굴이란 참으로 아름답다. 이보다 무엇이 더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까.
‘사운드 오브 뮤직’의 라스트 신인 알프스산맥을 온가족이 한 줄로 서서 넘어가는 장면은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라티노들의 가족간 사랑은 아주 어려서부터 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시샘과 질투는 없고 사랑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계속 전해지고 있다. 가정은 언제나 행복해 보인다. 베이비 시터 집에 가면 지상의 천국이 바로 이곳이구나 생각이 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상에 빠져든다.
4살짜리가 사탕을 먹으니까 3살 동생이 달라고 하더니 곧 금방 포기한다. 사탕이 커서 동생의 입에 안 들어가서 언니가 입으로 녹여서 작게 만들어 동생의 입에 넣어준다고 하니까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이 2, 3명 떼지어 다닌다. 그들의 형제들이다. 절대 싸우는 법이 없고 언제나 형은 동생을 어머니 같이 보살핀다. 형은 동생에게 99%가 아니라 100% 모든 것을 양보하고 보살핀다. 2, 3세 정도의 아이들이다.
어느 민족이 이럴 수 있을까. 라틴민족은 무식하지만 무지하지는 않다. 무식과 무지는 엄연히 다르다. 단지 학교교육을 못 받았지만 전통적인 지혜는 갖고 있다. 많은 한국인은 유식하지만 무지하다. 많이 알고 유식해서 돈 많이 벌어서 어디에 쓸 건지, 마켓에서 시장보고 카트를 파킹장에 여기저기 두고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이 내가 보기에 너무나 작아 보인다. 자신의 행동은 부끄러운 줄 모르면서 봉사하는 데는 손목하나 까닥하지 않으려는 사람들. 어린 라티노 형제의 우애를 돌아보며 한인으로서 새삼 얼굴이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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